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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통일, “'모두스 비벤디의 지혜’로 한반도 긴장 악화 막아야”

중앙일보

입력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18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통일관에서 열린 재개관 기념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18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통일관에서 열린 재개관 기념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6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의 긴장상황 악화를 막고, 북한의 비핵화 협상 동력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의 지혜’를 강조했다. ‘모두스 비벤디’는 분쟁 중인 당사자 간의 평화 공존을 위한 ‘잠정협정’을 뜻하는 외교안보 분야의 용어다. 김 장관은 이날 “최근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최종합의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잠정합의에 이르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자단 송년 간담회서, 북미 '징검다리' 합의 필요 #남북관계, 북한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기여 #내년 평화경제와 접경지역 협력 등 추진할 것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선행조치’(보상)를 주장하는 북한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이 맞서며 공존하고 있는 북ㆍ미간 대치 국면의 진전을 위해선 합의에 이르기 쉬운 부분을 찾아 타결해 나가는 ‘한 걸음 양보’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그런 차원에서 김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에 대해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6월 12일)을 전후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 선언(모라토리엄), 미군 유해 송환, 풍계리 핵실험장 불능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일부)해제를 요구해 왔다. 이를 고려해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재 일부 해제를 골자로 한 결의안을 제출했는데, 이 결의안이 ‘모두스 비벤디의 지혜’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성탄절 선물’과 ‘연말시한’ 등의 위협으로 조성된 긴장상황과 관련해 그는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이후 북한이 17차례의 담화를 냈는데, 대화와 대결의 뜻을 모두 담고 있다”며 “어느 한쪽으로 예상하기 어렵고, 관련 국가들의 외교적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의안 제출 직후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어 이 결의안이 북미 협상 재개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하며 급진전됐던 지난해와 달리 다시 냉각기에 접어든 남북관계와 관련 김 장관은 “현재 대북정책의 추진 공간이 많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추가로 (악화하는)상황을 막고, 지금의 하강 국면을 상승국면으로 반전시키기 위한 세심한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일관된 노력을 경주하고, 남북관계를 통해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에 기여하는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김 장관은 ▶평화경제와 접경지역의 협력 ▶교류협력의 다변화와 다각화 ▶남북협력을 위한 국내 기반 구축 등을 내년 통일부의 업무 목표로 제시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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