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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만에 금호 떠나 현대가로…주인 바뀌는 아시아나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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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1988년 설립된 아시아나항공이 31년 만에 새 주인을 맞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떠나 범현대가 소속이 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HDC 현대산업개발ㆍ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하 HDC 현대산업개발)은 27일 주식매매계약(SPA)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지난 4월 이후 8개월간 진행된 아시아나항공 인수ㆍ합병(M&A)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양측은 SPA 체결에 앞서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 건을 의결했다. HDC 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 8063주(31.05%)를 3228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구주 인수 가격은 주당 4700원을 적용했다.

양사는 지난 12일 SPA 체결을 마무리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다 HDC 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 간 구주 가격과 기내식 관련 과징금 등 우발채무의 책임 범위에 대해 합의가 안 돼 체결 시기가 미뤄졌다.
이후 산업은행 중재로 협상이 진정되면서 연내 매각이 성사됐다. 매각 작업의 가장 큰 문제였던 아시아나항공의 우발채무 손해배상 한도를 구주 매각가격의 9.9%(약 317억원)로 합의하면서다.

HDC 현대산업개발의 총 투자액은 2조 500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 구주를 3228억원을 들여 인수하며 2조 1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조 1000억원에서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현재 660%에 달하는 부채 비율도 300%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61.5%(변동 가능)를 확보하게 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재무적 투자자로서 4899억원을 부담해 약 15%의 지분을 보유한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규 HDC 그룹 회장은 “즉시 인수작업에 착수해 아시아나항공을 조속히 안정화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항공사로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며 “HDC 그룹과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도 빨리 모색할 것이다”라고 했다.

HDC 현대산업개발은 SPA 체결 이후 내년 초 아시아나항공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진 교체와 유상증자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매각이 마무리되면 아시아나항공은 범현대가 품에 들어간다. 재계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항공 물류와 밀접한 현대가 그룹사들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 경우 현재 대한항공이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항공 물류 수요 가운데 30%가량은 아시아나항공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HDC 그룹은 이번 인수로 몸집이 크게 불어난다. 지난해 기준 HDC 계열사의 총자산은 10조 600억원가량이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6개 자회사 자산이 더해지면 총자산은 20조원에 육박한다. 재계 순위도 기존 33위에서 17위로 올라선다.

반면 한때 재계 7위에까지 올랐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 사실상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등 2개 계열사만 남게 돼 재계 60위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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