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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사업 분리 '일단 해보자는 식'은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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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농협의 신.경 분리는 농민조합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거에 신용사업을 전담하는 농업은행과 지도경제사업을 전담하는 옛 농협 시절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옛 농협과 농업은행은 협조가 잘 되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이 1961년 두 조직을 합쳐 종합농협을 만들었던 것이다.

근년에 수협중앙회가 신용.지도.경제사업을 분리한 결과 어민과 조합에 대한 자금 지원이 줄어들고 경제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다른 은행에서 차입해야 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 수협법 재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얼마 전 농협의 신.경 분리에 관한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신.경 분리 시 사업 간 연계가 약해지고 사업 부문별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며 사업 지원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결론은 중앙회 신용사업의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조합의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농촌 인구의 고령화, 수입 개방으로 농촌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신.경 분리로 조합과 농민에 대한 지원이 줄어 조합의 존립 기반이 위협받는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신.경 분리는 '일단 해보자'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며 농민과 조합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다.

김후진 경북 상주시 회서면 신봉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