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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못넘는데 트럼프 탄핵 밀어붙인 하원…민주당 역풍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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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18일 사상 세번째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권력남용, 의회방해 혐의로 탄핵안을 가결한 뒤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18일 사상 세번째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권력남용, 의회방해 혐의로 탄핵안을 가결한 뒤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하원에서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로 탄핵소추를 당했다. 하원이 탄핵안을 가결한 대통령으론 1868년 앤드루 존슨,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미 역사상 세 번째다. 앞서 두 사람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현재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 탄핵심판에선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파면은 불가능한 데 2020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을 둘로 갈라놓기만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868년 존슨 1998년 클린턴 이어 탄핵소추 #권력 남용, 의회 방해 두개 혐의 모두 통과, #공화당 상원, 1월 탄핵심판 신속 부결 입장 #여론 탄핵 반대로 역전…민주당 역풍 우려 #선두주자 바이든, 트럼프 탄핵에 상처입어

트럼프 "펠로시와 민주당, 스스로 영원한 수치의 낙인찍어" 

하원의 탄핵안 표결은 이날 11시간여 찬반 토론 공방 끝에 오후 8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결과는 예상대로 민주당(233명)과 공화당(197명)에 따라 나뉘었다. 첫 번째 권력 남용 혐의는 찬성 230표, 반대 197표로 가결됐다. 민주당 의원 2명이 반대표를 던지고, 1명 기권, 1명이 불참했다. 공화당 의원 2명도 표결에 불참했다. 두 번째 의회 방해 혐의는 찬성 229표, 반대 198표로 가결됐다. 민주당 의원 중 3명이 반대, 각 1명씩 기권·불참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대통령의 무모한 행동이 탄핵을 불가피하게 만든 것은 비극"이라며 "그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하원에서 자신의 탄핵안 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진행된 미시간주 배틀크리크 유세 도중 두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하원에서 자신의 탄핵안 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진행된 미시간주 배틀크리크 유세 도중 두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주 배틀 크리크 유세 도중 탄핵안이 가결되자 "아무것도 않는 민주당은 미국 유권자들에 대한 무시와 깊은 증오를 선언했다"며 "이 불법적이고, 당파적인 탄핵은 민주당에겐 정치적 자살 행진(suicide march)"이라고 비난했다. "오늘의 타락한(depraved) 행동으로 미친 펠로시와 하원 민주당은 스스로 영원한 수치와 불명예의 낙인을 찍었다"이라고도 했다.

그는 "우리는 (표결에서) 공화당 표를 한 표도 잃지 않았지만 민주당 의원 3명이 우리에게 투표했다"며 "상원도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코널 상원 대표 "탄핵 심판 (부결) 입장 대통령과 똑같다" 

미 대통령 탄핵 절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 대통령 탄핵 절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원에서 탄핵안을 통과했지만, 탄핵 심판의 전권을 가진 상원에서 2가지 혐의 중 하나라도 3분의 2(67명) 이상 유죄를 선고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탄핵·파면된다. 한국과 달리 미국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소추가 되더라도 파면되기 전까지 대통령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실한 동맹인 미치 매코널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는 일찌감치 "탄핵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대통령의 입장과 우리 입장에는 아무 차이가 없다"고 선언했다. 53명 공화당 상원의원 중 20명 이상 반란에 가담해 민주당 47명 의원과 함께 대통령을 파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매코널은 또 백악관과 '완벽한 조율' 아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요청한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주요 증인 요청도 거부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주재하는 탄핵 심판을 특별한 증인신문 없이 상원의원 100명 배심원단의 토론과 평결로 내년 1월 안에 속성으로 끝내겠다는 뜻이다. 2월부터는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 등 대선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민주당도 탄핵안을 통과했지만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이외에 유력주자가 부상하지 않는 가운데 대선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우크라이나 수사 청탁 혐의로 탄핵하는 과정에서 1위 주자 바이든의 차남 헌터가 우크라이나 현지 부패한 기업의 이사로 재직하며 수백만 달러 보수를 받은 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여론도 민주당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미 여론도 탄핵 반대가 찬성보다 우위로 뒤집혀 

여론조사 분석기관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탄핵(파면) 찬반 여론도 이번 주부터 탄핵 반대가 근소하게 역전했다. 탄핵에 대한 2주 평균 여론 추이는 18일 현재 탄핵 반대가 48% 대 탄핵·파면 찬성 47.1%로 뒤집혔다.

미 여론조사 분석기관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집계한 18일 현재 탄핵 찬반 여론조사 2주 평균치에서 탄핵(파면) 반대가 48.0%로 찬성 47.1%을 근소하게 역전했다.[리얼클리어폴리틱스]

미 여론조사 분석기관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집계한 18일 현재 탄핵 찬반 여론조사 2주 평균치에서 탄핵(파면) 반대가 48.0%로 찬성 47.1%을 근소하게 역전했다.[리얼클리어폴리틱스]

최근 2주간 실시된 11개 탄핵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이 우세한 건 이코노미스트(50% 대 42%), 폴리티코(50대 43), 폭스뉴스(50대 46) 3개뿐이었다. 갤럽(48대 51), CNN(45대 48), 퀴니팩대학(45대 51), USA투데이(45대 50), 공영라디오 NPR(46대 49), 먼머스(44대 51) 등 탄핵 반대가 우세했다. ABC·워싱턴포스트 48대 48, IBD/TIPP 49대 49 동률을 기록했다.

존슨은 상원서 한 표차 기사회생, 클린턴은 99년 17표 차 부결 

미국 240년 역사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상원 탄핵심판 문턱을 넘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1868년 남북전쟁 직후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의회 권한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하원에선 초당적으로 탄핵소추를 당했지만, 상원 탄핵 심판에선 유죄 35 대 무죄 19표(남부연합 10개 주의 상원 복귀 이전), 당시 가결 정족수 36표에 한 표차로 기사회생했다. 존슨이 임기가 보장된 에드윈 스탠턴 전쟁장관(국방장관의 전신)을 해임한 데 공직임기법 위반 혐의로 탄핵소추한 데 대한 심판이었다. 의회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할 정도로 강력했던 시기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8년 12월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성관계에 관해 대배심 조사에서 위증한 혐의와 사법방해 혐의 등 2개 혐의로 탄핵소추를 당했다. 하지만 1999년 2월 공화당이 55명 우위이던 상원이 위증 혐의는 유죄 45 대 무죄 55, 사법방해 유죄 50 대 무죄 50으로 각각 부결했다. 가결에 17표가 모자랐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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