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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미스터리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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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최민우 기자 중앙일보 정치부장
최민우 정치팀장

최민우 정치팀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3월 발의할 때부터 “국민은 계산방식을 알 필요 없다”고 한 연동형 비례제의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연동률 캡, 석패율, 이중등록 등 전문가도 곤혹스러워하는 고난도 용어가 난무하더니 18일 야 3당은 가까스로 합의안을 냈다. 결론이 어찌나든 바뀐 선거제는 너무 복잡해 알 필요가 없는 게 아니라 솔직히 알 수가 없다.

이유는 선거 패러다임을 바꿔야 해서다. 우린 여태 투표란 ‘될 사람의 수’를 정해놓고, 후보 중에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사람(지역구 의원) 혹은 정당(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거라고 생각했다. 연동형은 그게 아니다. 지역구와 비례를 나누지 않고, 합친 것을 모집단으로 하기에 ‘될 사람의 수’가 들쑥날쑥한다. 이를테면 지역구에서 채 다섯석을 얻지 못해도 정당득표율만 높으면 꽤 많은 비례 의석수를 가져간다. 이런 정당 두어개면 정해진 의석수를 훌쩍 넘긴다. 이른바 ‘초과 의석’의 발생이다.

의원수 자체가 고무줄(물론 확대 쪽으로)이라니 한국에서 누가 용납하겠나. 그러니 의원수는 정해놓고, 연동형(초과의석 인정)을 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거다. 이름하여 ‘준연동형’으로, ‘조정 의석’이란 개념을 활용해 1차·2차 배분 등으로 수를 꾸역꾸역 끼워 맞춘다. 실시되면 OECD 국가 중 최초다. 여기에 연동률 캡(30석)과 석패율제(6석)도 하겠다니, 그야말로 뒤죽박죽이요 누더기다.

당초 연동형의 주요 명분은 사표(死票) 방지였다. 하지만 “민주당·한국당이 지역구 120석씩 얻고, 득표율 40%면 비례 한 석도 없다. 80%가 사표”(지성우 성대 교수)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당득표율만을 노린 비례정당, 위성정당 등도 등장할 참이다. 바야흐로 나의 신성한 한표가 진짜 누구에게 갈지 모르는, 사상 초유의 미스터리 선거가 도래하고 있다.

최민우 정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