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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해야 하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볼드 우먼 어워드' 2019년 한국 수상자로 선정된 명필름 심재명 대표.

'볼드 우먼 어워드' 2019년 한국 수상자로 선정된 명필름 심재명 대표.

샴페인 하우스 ‘뵈브 클리코’의 레이블은 멀리서도 눈에 확 띈다. 잘 익은 오렌지 빛깔의 노란색 때문이다. 이 독특한 노랑은 전 세계가 공유하는 펜톤 컬러 리스트에 브랜드명과 함께 ‘뵈브 클리코 옐로’라는 고유색으로 등록돼 있다. 브랜드 창립자인 마담 클리코가 ‘차별화’를 위해 1877년 선택한 혁신안 중 하나였다. 지난 5일 서울 옥션 강남 빌딩에서 제2회 ‘볼드 우먼 어워드 바이 뵈브 클리코(Bold Woman Award by Veuve Clicquot)’ 시상식이 진행됐다. 마담 클리코의 혁신성에 대한 헌사로 시작된 이 행사는 전 세계 여성기업인을 대상으로 하며, 올해 한국 수상자는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였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뵈브 클리코

뵈브 클리코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기업인 #영화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오렌지 빛깔의 옐로 레이블이 특징인 '뵈브 클리코' 샴페인 옐로 레이블.

오렌지 빛깔의 옐로 레이블이 특징인 '뵈브 클리코' 샴페인 옐로 레이블.

‘볼드 우먼 어워드 바이 뵈브 클리코(이하 BWA)’는 프랑스 유명 샴페인 브랜드 뵈브 클리코가 창립 200주년을 맞는 1972년 제정, 진행해온 것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 27개국에서 350명의 여성 기업인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국에선 지난해 첫 수상자를 냈고 뷰티 브랜드 ‘클리오’ 한현옥 대표가 1회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심재명 대표는 1995년 명필름을 설립, 24년 동안 41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하창립작 ‘코르셋’을 시작으로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산’ ‘건축학개론’ 등의 흥행작과 ‘조용한 가족’ ‘와이키키 브라더스’ ‘질투는 나의 힘’ ‘바람난 가족’ 등의 문제작이 그의 심사숙고를 거쳐 탄생했다.
명필름의 제작 원칙은 ‘할 만 한 이야기인가, 하고 싶은 이야기인가, 해야 하는 이야기인가’ 3가지라고 한다. 그 결과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다룬 ‘카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아이 캔 스피크’ 등이 제작됐고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이야기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다.
2015년부터는 파주에 신진 영화인 육성과 새로운 영화제작시스템을 위해 ‘명필름랩’을 설립했. 1세대 여성 영화제작자로서 한국영화산업 내 여성 영화인의 저변확대와 목소리를 내는 데도 애쓰고 있다.
그는 수상 소감을 묻자 “처음엔 ‘나한테 왜?’ 의아했지만 여성 영화인을 격려하고, 또 영화산업에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다”고 답했다. 또 “명필름의 영화들을 규정하면 여성, 사회, 현실로 정리할 수 있다”며 “현실성을 잃지 않는 동시에 여성주의적 시각을 견지하며 우리시대의 모습과 문제에 주목해왔고, 앞으로도 여성영화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영화제작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모험과 도전정신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모엣 헤네시 코리아의 애슐리 파울 CEO는 “마담 클리코의 DNA는 볼드(Bold·대담함)”라며 “자신의 영역에서 새로운 성공과 혁신을 추구해온 심 대표 역시 이후 또 다른 여성 기업인들에게 미래에 대한 영감을 줄 것”이라고 했다.

샴페인의 ‘그랑 담(위대한 여인)’

뵈브 클리코의 프리미엄 샴페인 '라 그랑 담'.

뵈브 클리코의 프리미엄 샴페인 '라 그랑 담'.

BWA는 샴페인 하우스 뵈브 클리코가 창립자인 마담 클리코의 위대한 정신을 계승하며 미래의 또 다른 위대한 여성을 발굴, 지원해온 프로젝트다.
마담 클리코 스토리에선 ‘대담성’ ‘창의성’ ‘혁신’ 등의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805년 고인이 된 남편 대신 시댁의 가업인 뵈브 클리코 와이너리 경영을 책임지게 됐다. 당시 프랑스는 여성이 일을 하기는커녕 은행계좌를 트는 것조차 불가능한 시대였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마담 클리코는 샴페인 업계의 대변혁을 주도했다. 상파뉴(영어로 샴페인) 지역에서 첫 번째로 기록된 빈티지 샴페인을 만들었고, 수정처럼 맑고 깨끗한 샴페인을 만드는 ‘리들링 테이블(병을 거꾸로 세워서 찌꺼기를 모을 수 있도록 만든 틀)’을 발명했으며, 엘더베리를 사용해 핑크색을 내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부지 지역의 레드와인을 샴페인에 블렌딩하는 방법으로 최초의 ‘블렌딩 로제’ 샴페인을 만들어냈다. 이 모든 게 마담 클리코가 지금까지도 ‘샴페인의 그랑 담(위대한 여인)’으로 불리는 이유다.
BWA는 그동안 현재와 미래의 여성 기업인 모델을 미리 알아보고, 응원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해왔다. 올봄 발표된 ‘제1차 뵈브 클리코 국제 여성 기업인 지표’도 여성 기업인이 성공하기에 물리적·심리적으로 어떤 장애물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고 극복의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자 시도한 작업이었다.
지표에 따르면 여성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생각되는 프랑스의 경우, 독자적 사업 운영에 대한 여성의 열망이 남성보다 강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기업인이 되고자 하는 여성의 비중은 28%에 불과하다고 나타났다. 기업인을 꿈꾸는 여성 중 91%가 여성 기업인에게 영감을 얻는다고 응답했으나, 이들 중 성공한 여성 기업인의 이름을 댈 수 있는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여성 기업인의 사회적 노출이 적기 때문이다. 지표는 ‘이 같은 통계는 프랑스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동일한 추세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지표 결과도 있다. 한국 여성의 80%는 남성보다 여성이 경영인이 되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 여성 경영인의 61%는 남성 경영인보다 본인들이 직원과 직장동료로부터 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여성 중 단 38%(남성의 경우 51%)만이 경영인이 되는 것을 희망하고 있으며, ‘경영인을 희망하는’ 여성들의 46%가 사회적 장벽으로 인한 실패를 두려워해 경영인 도전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슐리 파울 CEO는 “언제나 한 발짝 더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이야말로 우리 주변의 대담한 여성들을 하나로 뭉치게 해주는 요소”라며 “BWA의 역할과 책임 또한 같다”고 했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뵈브 클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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