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동빈도 칼 뺐다···대표급 10명, 임원 100명 이상 물갈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안정보다 변화 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롯데그룹이 19일 발표할 인사에서 BU장 두명을 비롯한 최소 10명 이상의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19일 임원 인사 예정 #유통 실적 부진 대규모 물갈이 #이 부회장 후임에 강희태 내정 #임원 최소 100명 넘게 옷 벗을듯 #실적 좋은 홈쇼핑 인사태풍 모면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부회장)이 오는 19일 롯데그룹 연말 인사에서 물러난다. 이원준 부회장은 지난 3년 동안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책임진 인물이다. 이번 인사에서 임기를 3개월 남겨두고 자리를 내려놓는다.

호텔·서비스BU장도 바뀐다. 롯데는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최고재무책임자)을 신임 BU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그간 95개 계열사를 ▶유통▶호텔·서비스▶화학▶식품 등 4개의 비즈니스유닛(BU, 사업단위)으로 나눠서 BU장 4명을 두는 체제를 유지해왔다.

롯데그룹은 또한 이번 인사에서 유통·식품부문 대표이사를 대거 교체할 예정이다.  김경호 롯데쇼핑 e커머스 대표(전무)와 강종현 롯데쇼핑 슈퍼부문 대표(전무), 김태환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대표(전무),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 등이 바뀐다.

대표이사급 뿐이 아니다. “임원 중에선 최소 100명 이상이 옷을 벗는다”는 게 롯데그룹에 정통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표級만 10명 이상 물갈이

이원준 부회장의 후임으론 강희태 롯데쇼핑 백화점부문 대표가 확실시된다. 강희태 대표는 유통BU장과 롯데쇼핑 대표를 동시에 맡아 유통산업 변화에 대응한다. 남창희 롯데마트 고객본부장은 강종현 대표의 뒤를 이어 롯데쇼핑 유통사업부문인 롯데슈퍼를 책임진다.

또 롯데쇼핑의 헬스앤뷰티(H&B)스토어 롭스는 홍성호 롯데백화점 영남지역장이 대표이사를 맡는다. 전형식 롯데백화점 디지털전략본부장은 롯데멤버스 사업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e커머스 사업은 롯데지주 인사가 담당하게 된다. 조영제 롯데지주 전무가 롯데e커머스 대표를 맡는다. 또 기원규롯데지주 전무는 롯데시네마에서 대표이사를 맡을 전망이다.

실적 좋은 홈쇼핑, 인사태풍 피해

롯데그룹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 속에서도 실적이 좋은 롯데홈쇼핑은 인사 태풍을 피했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는 유임하고, 황범석 롯데홈쇼핑 상품본부장(전무)은 롯데쇼핑에서 백화점 사업을 담당한다. 롯데홈쇼핑 올해 영업이익(918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753억원) 대비 21.9% 성장했다(1~3분기 누적 기준).

문영표 롯데쇼핑 마트부문 대표(부사장)와 이갑 호텔롯데 면세점사업 대표(부사장)도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국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스1]

출국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스1]

롯데그룹이 이처럼 대표이사를 일시에 대규모로 교체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업계에선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폭이 큰 이번 정기 임원인사 배경에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신동빈 회장의 위기의식이 작용했다고 본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했던 신 회장은 지난 10월 17일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롯데 경영을 본격적으로 다시 챙겨왔다. 이후 처음 실시하는 인사에서 ‘변화’와 ‘안정’을 두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e커머스와 비교하면 롯데그룹은 변화의 흐름에 다소 뒤처졌다. 롯데쇼핑의 올해 영업이익(3844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 줄었다(1~3분기 누적 기준). 대형마트(할인점)와 전자제품전문점(롯데하이마트), 문화사업(롯데시네마) 등 주요 사업이 대부분 침체 국면이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과감한 변화와 고강도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신 회장의 판단이 이번 인사에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10월 21일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사장) 등 전체 미등기임원(40명)의 27.5%를 교체했다. 창립 26년 만에 처음으로 이마트가 분기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299억원·2분기 영업이익). 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도 연말 정기인사에서 1960년대생 임원을 전면에 앞세웠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가 유통업계의 소비 행태를 바꿔 놓으면서, 연말 주요 유통기업 임원 인사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재민·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