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석달전, 송병기 수첩엔 'BH 회의'···靑비서관 이름도

중앙일보

입력 2019.12.17 21:29

업데이트 2019.12.17 21:56

경찰이 지난 6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문을 열고 있다. [뉴스1]

경찰이 지난 6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문을 열고 있다. [뉴스1]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송철호 울산시장의 선거캠프 활동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과 수차례 접촉한 정황을 검찰이 파악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BH 회의’, ‘BH 방문’ 등 청와대 관계자와의 접촉을 의미하는 일정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일정 정리 업무수첩에 ‘BH' 회동 메모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송 부시장의 집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업무수첩과 외장하드 등을 확보해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30여장에 달하는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송 시장 선거캠프 내부 회의내용과 일정 등이 적혀있다고 한다. 검찰은 송 부시장이 업무수첩을 수기로 일기처럼 작성해 온 만큼 회의 등이 실제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2018년 3월 BH 회의’라는 문구와 함께 이모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의 이름이 적혔다고 한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3개월여 전이다. 검찰은 송 시장 측이 청와대와 접촉해 울산시장 선거공약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사항 등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청와대 전경. [뉴시스]

청와대 전경. [뉴시스]

이 비서관의 이름은 2017년 10월에도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송 부시장의 수첩에는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의 이름과 날짜가 더 적혀있다고 한다.

檢, ‘송철호-청와대’ 공약 논의 의심

송 시장과 송 부시장은 지난해 1월 당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소속 장모 선임행정관을 서울에서 만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출마 예정자의 공약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 공약을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송 시장 측이 청와대와의 접촉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송 부시장이 수첩에 직접 적은 메모가 울산시장 선거를 준비하던 송 시장이 청와대 인사들과 접촉한 정황이라고 보고 실제 만남이 성사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또 송 시장 측이 청와대 관계자들과의 회동에서 선거 공약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기현 “상대 공약 방해까지 논의” 주장

최근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검찰이 산재모(母)병원과 관련해 여러 차례 물었다”며 “조사 과정에서 본 내용상 송 시장 선거캠프가 청와대와 여러 차례 접촉하면서 자신들의 공약 협의는 물론 상대 후보의 공약을 방해하는 것까지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선거개입과 경찰의 하명수사로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하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5일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의 선거개입과 경찰의 하명수사로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하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5일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시장은 산업재해 특화 병원인 ‘산재모병원’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해 5월 28일 정부의 예비탕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반면 송 시장은 산재모병원이 아닌 울산 공공병원을 주요 선거 공약으로 홍보했다.

검찰은 최근 송 부시장이 포함된 송 시장 선거캠프의 전신인 ‘공업탑 기획위원회’ 구성원을 소환해 조사했다고 한다. 검찰은 송 시장의 선거캠프에 관여한 사람들을 조사해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 등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의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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