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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총리가 지시"…13년 만에 입연 말레이 '몽골모델 살인사건' 범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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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왼쪽)과 나집의 측근이자 살해된 몽골인 여성 알탄투야와 내연관계였던 압둘 라작 바긴다. [EPA=연합뉴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왼쪽)과 나집의 측근이자 살해된 몽골인 여성 알탄투야와 내연관계였던 압둘 라작 바긴다. [EPA=연합뉴스]

2006년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몽골 모델 살인사건'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형이 확정된 범인이 재심을 신청하며 뒤늦게 사건의 전말을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말레이시아 최대 정치 스캔들로 꼽힌다.

17일 더 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2006년 몽골 여성모델 알탄투야 샤리이부(당시 28세)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말레이시아 전직 경찰특수부 대원 아질라 하드리가 최근 재심을 신청했다.

그는 재심 신청서에서 "나집 라작 전 총리(2006년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가 살인을 지시했다"고 13년만에 털어놨다. 아질라는 사건 발생 당시 나집의 경호대장이었다.

사건은 지난 2006년 11월 6일로 거슬러간다. 알탄투야의 시신이 쿠알라룸푸르 외곽 정글에서 발견되면서다. 알탄투야의 시신은 머리에 총알 두 발을 맞고 폭약에 의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알탄투야 살해 혐의로 나집의 경호대장 아질라와 경호원 시룰 아즈하르 우마르를 체포했다.

조사 결과 러시아어·영어·중국어 등에 능통했던 알탄투야는 통역사로 활동했으며, 이로 인해 만난 말레이시아 정치 분석가인 압둘 라작바긴다와 내연관계였다. 압둘은 나집의 측근으로 밝혀졌다.

현지에서는 압둘이 알탄투야와 내연관계를 끝내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자 나집에게 처리를 부탁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일각에선 나집을 살해 지시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알탄투야가 2002년 말레이시아 정부의 잠수함 도입 사업 관련 통역에 참여했는데 그가 나집의 리베이트 수수 비리를 폭로하려다 살해당한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그러나 정작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질라와 시룰은 범행 동기를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2015년 교수형을 확정받았다. 반면 알탄투야와 내연관계로 살해 지시 의혹을 받은 압둘은 2008년 무죄로 풀려났다.

사형선고가 확정 4년 만에 재심을 신청한 아질라는 "나집 전 부총리가 살인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진술서에서 "나집 당시 부총리가 자신과 압둘을 위협하는 외국인 스파이가 쿠알라룸푸르에 있으니 비밀리에 납치해 죽이고 폭약으로 시신을 처리하라는 비밀 임무를 맡겼다. 살해 대상이 알탄투야였다"고 밝혔다.

아질라는 비밀 임무가 국가안보 관련 작전으로 알고 있었으며 덕분에 폭약도 무기고에서 바로 입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알탄투야는 죽기 전 우리를 보낸 사람이 나집인 것을 알고는 자신이 임신 중이라 말했다"며 "작전 완료 후에는 나집이 방으로 불러 만족감을 표하고 돈도 줬다"고 밝혔다.

아질라의 폭로가 알려지자 나집 전 총리는 "교수형을 피하기 위한 조작된 주장"이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마하티르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와 아질라 사이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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