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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대 마동석 흥행 대결, '시동' '백두산' 이번주 동시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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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 '시동'에서 거석이 형을 연기한 마동석 배우. [사진 NEW]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 '시동'에서 거석이 형을 연기한 마동석 배우. [사진 NEW]

연말 대목을 맞은 극장가에서 배우 마동석(49)의 신작 영화 두 편이 같은 주 격돌한다. 18, 19일 각각 개봉하는 ‘시동’(감독 최정열)과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 이른바 마동석 대 마동석 흥행 대결이다.

“‘백두산’은 전작들과 다르게 몸보다 머리를 쓰는 지질학 교수 역할이에요. 웹툰 원작의 ‘시동’에선 정말 기괴한 캐릭터로 나와요. 이쁜데, 흉측하죠. 보시면 압니다.” 

지난 5월 칸영화제에 초청된 주연작 ‘악인전’ 당시 그는 직접 180도 변신을 예고했다. 10일 언론에 먼저 공개한 ‘시동’은 보는 즉시 그의 표현이 공감 간다.

누적 관객 1억, 마블영화로 할리우드 진출

웹툰 99% '만찢남' 거석이형 

영화 '시동'의 웹툰 원작인 '시동'(작가 조금산) 속 캐릭터 거석이 형. [일러스트 조금산]

영화 '시동'의 웹툰 원작인 '시동'(작가 조금산) 속 캐릭터 거석이 형. [일러스트 조금산]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 토대의 이 영화는 가출한 10대 택일(박정민)이 변두리 중국집의 배달부로 취직하며 겪는 성장담을 그렸다. 마동석이 맡은 ‘거석이 형’은 중국집의 정체불명 주방장. 반항기 가득한 택일과 첫 만남부터 부딪히며 인생의 참맛을 알려준다.

무쇠 팬쯤은 깃털처럼 드는 우람한 체격, 팔뚝을 ‘ㄴ’자로 꺾어 올린 불주먹, 과격한 장난기는 마동석답다. 그런데 귀 뒤로 빗어 넘긴 단발머리, 아이돌 뺨치는 색상감각이라니. 분홍 티셔츠를 입고 걸그룹 ‘트와이스’의 댄스곡 ‘낙낙’ 안무를 야무지게 따라하는 모습엔 웃음이 절로 난다. 11년 전 그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에서 선보인 레게머리 야수 캐릭터에 버금가게 색다르다. 한동안 비슷비슷한 액션물에 출연하며 식상하다 평가받던 마동석표 캐릭터의 신선한 변주다.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 '시동'에서 거석이 형을 연기한 마동석(오른쪽)과 택일 역의 박정민. [사진 NEW]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 '시동'에서 거석이 형을 연기한 마동석(오른쪽)과 택일 역의 박정민. [사진 NEW]

“(단발)가발을 쓰는 순간 다른 사람이 되더라.” 동료 배우 박정민의 귀띔이다. 거석이형은 코미디와 정색을 극단적으로 오가는 만화 같은 캐릭터. 평소 “제 취향이 연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연기”라 밝혀온 마동석 특유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이를 현실에 리듬감 있게 발붙이게 한다. ‘성난황소’ 등 그와 꾸준히 작업해온 남지수 의상실장이 완성한 ‘거석이형’ 패션도 개성 넘친다. 물방울무늬 수면바지, 보라색 비니, 헤어밴드 등 “마동석 배우가 저런 걸 입었어?”가 콘셉트였단다. 허를 찌르는 사연까지, 마동석 이색 종합세트라 부를 만하다.

따뜻·경쾌, 후반 전개는 아쉬워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 '시동'에서 상필을 연기한 정해인(오른쪽)과 택일 역의 박정민. [사진 NEW]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 '시동'에서 상필을 연기한 정해인(오른쪽)과 택일 역의 박정민. [사진 NEW]

‘시동’은 그를 포함해 캐릭터가 매력적인 영화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서번트증후군 피아노 천재, ‘변산’의 래퍼 역 등을 다채롭게 오갔던 박정민은 이번에도 얻어맞고 다니면서도 세상 무서운 게 없는 가출 10대 택일 역을 맛깔나게 연기했다. 멜로 주인공이 익숙했던 정해인은 택일의 친구 상필을 맡았다. 치매 할머니(고두심)를 잘 모시려 수상한 일에 뛰어들었다가 인생의 쓴맛을 보는 10대다. 전직 배구선수라 아들 훈육도 매섭단 설정의 택일 엄마 경주 역 염정아도 색다르다. 3년 전 장편 데뷔작 ‘글로리데이’에서 지수, 수호(엑소), 류준열 등 신인 배우들의 진면목을 끌어낸 최정열 감독의 솜씨다.

영화 '시동'에서 엄정아는 배구선수 출신 엄마를 연기했다. 하나뿐인 아들 택일이 속 썩일 땐 스매싱이 매섭다. [사진 NEW]

영화 '시동'에서 엄정아는 배구선수 출신 엄마를 연기했다. 하나뿐인 아들 택일이 속 썩일 땐 스매싱이 매섭다. [사진 NEW]

가출·사채·철거 등 무거운 소재를 따뜻하고 경쾌하게 풀어낸 점도 돋보인다. “누구나 살다 보면 시동이 꺼질 때도 있고 시동이 다시 걸리지 않을 것 같은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럼에도 ‘괜찮아, 다시 시작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최 감독의 마음이 십분 전해온다. 다만, 후반부 갈수록 다소 빤해지는 전개는 아쉽다. 총제작비는 90억원, 손익분기점은 240만명이다.

'백두산', "몸 대신 머리 썼죠"

영화 '백두산'에서 마동석이 연기한 지질학 교수 강봉래(왼쪽)가 정부요원 전유경(전혜진)과 재난을 막을 방도를 고민하고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덱스터스튜디오]

영화 '백두산'에서 마동석이 연기한 지질학 교수 강봉래(왼쪽)가 정부요원 전유경(전혜진)과 재난을 막을 방도를 고민하고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덱스터스튜디오]

‘백두산’은 백두산 화산 폭발이란 가상의 상황을 펼쳐낸 재난영화다. 관측 역사상 유례없는 최고 규모 폭발과 추가 폭발이 예고된 일촉즉발 상황에서 남과 북이 손잡고 대규모 액션을 펼친다. 순제작비는 연말 한국영화 중 가장 많은 260억원(손익분기점 730만명). 광고마케팅 비용을 더한 총제작비는 3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신과함께’ 김용화 감독의 VFX 회사 덱스터스튜디오가 CG(컴퓨터그래픽)와 공동제작·공동배급에 나섰다. 영화 첫 시사는 개봉 하루 전인 18일 예정이다. 아직 완성본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터널’ ‘더 테러 라이브’ 등 재난영화 단골 배우 하정우가 북파 비밀 작전에 투입된 특전사 EOD(폭발물처리) 대위 조인창 역을, 남북한 협력 작전의 열쇠를 쥔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자원 리준평 역은 이병헌이 맡아 영화를 이끌었다.

영화 '백두산'에서 처음 호흡 맞춘 (왼쪽부터) 하정우와 이병헌. 이병헌은 이번이 첫 재난영화다. 북한말투에 더해 중국어와 러시아어도 연기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덱스터스튜디오]

영화 '백두산'에서 처음 호흡 맞춘 (왼쪽부터) 하정우와 이병헌. 이병헌은 이번이 첫 재난영화다. 북한말투에 더해 중국어와 러시아어도 연기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덱스터스튜디오]

마동석은 화산 전문가인 지질학 교수 강봉래 역을 맡았다. 백두산 화산 폭발을 수차례 경고해온 그의 논문을, 정부요원 전유경(전혜진)이 발견하며 재난에 맞선 작전 계획에 투입된다. 수수한 재킷에 안경 낀 차림. “TNT(강력 폭약) 규모 600kt의 인위적인 폭발을 가한다고 가정했을 때…” 같은 전문용어 가득한 대사에 생활유머를 더한 이지적인 모습이 썩 어울린다. 오랜만에 조직범죄‧맨몸액션‧유혈낭자한 장면 없는 영화 출연이다. 그는 서울에 홀로 남는 최지영 역의 배수지와도 호흡을 맞췄다.

北 실제 백두산 화산 폭발 우려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2744m) 백두산은, 한반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폭발을 일으켰던 화산이기도 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939년 이래 총 31번 분화했고 고려시대 때는 화산폭발지수 7의 대규모 폭발도 있었다. 지난 5월 영국에서 열린 국제 학술대회에선 2016~2018년까지 백두산 주변에서 총 10회 지진이 발생했단 북한 지진 당국자의 발표와 함께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위기감도 대두됐다.

영화 '백두산' 에서 화산 재난 상황을 피하는 장면의 마동석과 배수지. [사진 CJ엔터테인먼트·덱스터스튜디오]

영화 '백두산' 에서 화산 재난 상황을 피하는 장면의 마동석과 배수지. [사진 CJ엔터테인먼트·덱스터스튜디오]

여기에 익숙한 현실 공간을 활용한 장면이 사실감을 더한다. 실제 강남역에서 촬영한 재난 장면이 한 예다. ‘신과함께’의 김병서 촬영감독이 이번에 연출 데뷔했다. 그와 공동 연출을 맡은 이해준 감독(‘나의 독재자’ ‘김씨표류기’)은 이 장면을 두고 “5분도 안 되는 분량인데 10회차 가까이 쪼개서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재난영화 촬영 자체가 도전이었다”고 돌이켰다. 잠수교 해일 장면은 한국영화 최초로 잠수교 전면 통제 허가를 받고 로케이션 촬영했다. 화산 폭발로 황폐화한 북한 모습은 춘천에 대형 오픈 세트를 지어 구현했다.
이 모두를 컴퓨터상에 애니메이션 형태로 사전에 시각화하는 ‘프리비즈’ 작업도 동원됐다. 가급적 가볍게 만든 카메라로 재난 속의 인물에 밀착해 실제 체험하는 듯한 화면도 시도했다. 하정우는 “재난이라고 해서 24시간 힘들어만 하지 않고 캐릭터의 유머, 솔직한 모습들과 대처 등 발란스가 잘 갖춰진 새로운 재난영화”라 설명했다.

'1억 배우' 마동석, 내년엔 마블영화

영화 ‘이터널스’ 배우들. [사진 마동석 인스타그램 캡처]

영화 ‘이터널스’ 배우들. [사진 마동석 인스타그램 캡처]

마동석은 출연작 누적 관객 수가 1억명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금껏 누적 관객 수는 1억139만명. 데뷔작으로 알려진 ‘천군’(2005, 관객 93만 명), 짧고 강한 인상을 남긴 ‘놈놈놈’(668만 명) 등이 영진위 집계에선 누락돼 실제 동원 관객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출연작 흥행 1위는 1441만 관객을 모은 ‘신과함께-죄와 벌’, 이어 2편 ‘신과함께-인과 연’(흥행 3위)까지 총 2668만 관객을 동원했다. 2위는 1341만 관객이 본 ‘베테랑’이다. 단역 출연했지만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란 애드리브 대사로 주연 못지않게 인기를 끌었다. ‘신과함께-인과 연’을 잇는 4위는 칸영화제 심야상영 부문에 소개되며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좀비액션 ‘부산행’(1156만 명)이다. 이어 ‘군도:민란의 시대’(688만 명) 순이었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마동석.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마동석.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번 연말 개봉작이 상영을 이어갈 내년엔 마블 히어로 영화도 기다린다. 마동석이 마블코믹스 속 수메르의 신화적 영웅 길가메시 역에 캐스팅된 ‘이터널스’다. 한국계 배우의 마블영화 출연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닥터 조 역 수현에 이어 그가 두 번째. 안젤리나 졸리 등이 주연을 맡아 내년 10월 22일 개봉을 목표로 현재 할리우드에서 촬영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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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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