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물갈이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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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 자민당이 다음달 중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고령 정치인 물갈이 논쟁'으로 들썩이고 있다. 원로 정치인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85)와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83)전 총리도 강제로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다.

당 집행부는 이번 총선거부터 비례대표 후보에 대해 '73세 정년제'를 도입, 모두에게 예외없이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3일 보도했다.

이로써 자민당은 공명당(66세)에 이어 중의원에 정년제를 도입한 두번째 정당이 됐다.

73세는 자민당 참의원 비례대표의 정년(70세)에다 중의원 평균 재임기간(3년)을 더해 정해졌다.

흔히 고령의 거물 정치인들이 비례대표의 앞자리를 배정받아 사실상 '종신 의원'으로 있는 경우가 많아 자민당 내에서도 "고령자들 때문에 젊은 인재들이 다른 당으로 간다"는 비판이 많았다.

자민당 내 각 파벌은 지난 3월 '73세 정년제'의 기본원칙에는 합의했지만, 해당 의원 13명 가운데 전직 총리 2명도 포함시키느냐에 대해선 찬성과 반대로 엇갈려 있었다. 반대론은 총리를 지낸 인사는 예우 차원에서 제외하자는 것이다.

그러다 당 집행부가 최근 두 전직 총리에게 자발적인 퇴진 의사를 타진하는 등 정년제를 예외없이 도입키로 방침을 굳히고 있다. 이는 세대교체 바람으로 당의 개혁 이미지를 높여 총선에서 승리하려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계산'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는 주요 당직이나 각료 경험이 없지만 지난해부터 대북 비판으로 국민적 인기를 얻은 아베 신조(安倍晋三.49)의원을 파격적으로 간사장에 임용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80)전 재무상은 최근 은퇴했다.

그러나 나카소네가 속한 에도.가메이(江藤.龜井)파와 미야자와가 있는 호리우치(堀內)파 등이 "전직 총리까지 몰아내선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어 많은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고이즈미와 거세게 대립했던 에도.가메이파로선 나카소네의 정계은퇴가 파벌세력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또 나카소네 전 총리가 은퇴를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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