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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에 된장을 넣고 끓이면 어떤 맛일까…발효음식의 재발견

중앙일보

입력

파크 하얏트 서울 '더 테이스트-발효 디너세트' : 된장 버터 크럼블

파크 하얏트 서울 '더 테이스트-발효 디너세트' : 된장 버터 크럼블

파크 하얏트 서울의 모던 한식 레스토랑 ‘더 라운지’가 발효 식재료들을 활용한 연말 메뉴 ‘더 테이스트 발효 디너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호텔 셰프들이 직접 만든 된장·고추장 등의 홈메이드 장류, 막걸리 소스, 동치미, 갓김치, 초된장 소스 등을 활용해 메인 요리인 방어회, 오리가슴살 구이, 이베리코 갈비살 구이, 우럭 구이 등을 건강하고 창의적으로 차려낸다는 계획이다.

파크 하얏트 서울 총주방장 인터뷰 #한식을 사랑하는 페데리코 하인즈만 셰프 #전 코스에 발효 식재료 사용한 디너 코스 선보여

파크 하얏트 서울 '더 테이스트-발효 디너세트' 모둠 사진

파크 하얏트 서울 '더 테이스트-발효 디너세트' 모둠 사진

코스는 숙성시킨 방어를 동치미 육수 위에 올린 후, 토마토 물김치와 새콤하게 곁들여 먹는 방어회로 시작한다. 다음은 홍고추의 매운맛과 사워크림의 신맛이 어우러진 막걸리 소스를 올린 오리 가슴살구이와 참나물 샐러드가 함께 나온다. 메인 요리는 이베리코 갈비살구이와 우럭구이 중 선택할 수 있다. 돼지 갈비살에 된장을 발라 장시간 재운 후 구운 이베리코는 실파구이와 발효 된장을 섞은 초된장 소스가 함께 제공된다. 우럭 구이에는 볶은 토마토, 양파를 넣어 매운 맛을 순화시킨 고추장 소스, 단호박 퓌레가 제공된다. 식사로 준비된 영양밥에는 갓김치, 섬초 된장국, 제철 식재료 반찬들이 함께 나온다. 마지막 디저트 코스에선 된장과 버터를 혼합해 만든 된장 버터 크럼블(부슬부슬한 질감의 빵)을 맛볼 수 있다.

파크 하얏트 서울 총주방장 페데리코 하인즈만. 아르헨티나 출신의 셰프로 이탈리안부터 스패니시까지 다양한 유럽식 모던 퀴진을 전공했다.

파크 하얏트 서울 총주방장 페데리코 하인즈만. 아르헨티나 출신의 셰프로 이탈리안부터 스패니시까지 다양한 유럽식 모던 퀴진을 전공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맛. 이 색다른 메뉴 준비를 이끈 이는 총주방장 페데리코 하인즈만 셰프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20년 경력 셰프인 그는 2012년 파크 하얏트 서울 ‘코너스톤’에서 2년 근무한 후, 파크 하얏트 도쿄 ‘뉴욕 그릴 앤 바’에서 3년 근무했고, 2017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총주방장을 맡아 파크 하얏트 서울의 식음업장을 책임지고 있다.

평소 한식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17년 총주방으로 부임한 후부터 ‘사찰음식의 길’ ‘해녀 프로모션’ ‘맛의 방주’ 등 한식 관련 프로모션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사라져가는 음식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국제슬로푸드협회가 진행 중인 ‘맛의 방주’ 프로젝트에 동참했는데, 이때 제주도의 진귀한 식재료인 푸른콩장·오분자기·꿩엿·재래돼지·댕유지(당유자) 등을 활용한 5코스 디너를 선보였다. 한식에 대한 이런 관심과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0월에는 한식진흥원이 주최한 월드 한식 페스티벌에서 ‘명예 건강한 食 서포터즈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지구 반대쪽에서 살았던 파란 눈의 셰프가 한식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뭘까. 이탈리안·스패니시 등 유러피안 모던 퀴진을 다양하게 섭렵한 그는 한식 글로벌화를 위해 어떤 조언을 할까. 다음은 하인즈만 세프와 나눈 이야기다.

‘발효 디너 세트’를 기획한 이유는.
함께 근무하는 한국 셰프들과 함께 장을 담그고 김치를 담가왔다. 얼마 전 항아리에서 오래된 김치를 꺼내면서 비교적 최근에 만들었던 것과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던 발효 식재료를 조합해 건강하면서도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들에게는 한국 발효 음식의 이해를 도울 기회고, 한국인들에게는 친숙하다고 생각한 발효 음식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 독특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르헨티나에도 발효 식재료들이 있나.
유명한 아르헨티나 와인과 치즈, 둘 다 발효 음식이지만 한국의 김치, 장류와는 차이가 크다. 서울에 도착한 후에야 한국의 고유한 발효 문화를 발견했는데, 정말 색다른 맛에 놀랐었다.  
파크 하얏트 서울 '더 테이스트-발효 디너세트' : 방어회. 동치미 육수와 함께 내고, 먹을 때는 토마토 동치미와 함께 먹도록 했다.

파크 하얏트 서울 '더 테이스트-발효 디너세트' : 방어회. 동치미 육수와 함께 내고, 먹을 때는 토마토 동치미와 함께 먹도록 했다.

한국 발효 음식에 대한 첫 인상은 어땠나.
평소에도 새로운 맛을 좋아하는 편이다. 발효음식을 처음 접한 건 겨울이었다. 살얼음이 살짝 덮인 물김치가 테이블 위로 올라왔는데, 모습도 맛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때부터 김치를 좋아하게 됐다. 장은 만드는 과정을 배우면서 천천히 좋아하게 됐다.  
한국 발효 음식이 외국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한국인들이 매일 김치와 장을 먹는 것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외국인들도 발효 과정을 거친 와인과 치즈를 좋아한다. 때문에 발효 음식 자체에 큰 거부감은 없다. 한국 발효 식재료를 서양요리와 잘 결합한다면 외국인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파크 하얏트 서울 총주방장 페데리코 하인즈만과 사찰음식 대가이자 한식진흥원장인 선재마율 스님. 두 사람은 지난해 호텔에서 있었던 '사찰음식의 길' 프로모션을 함께 진행했다.

파크 하얏트 서울 총주방장 페데리코 하인즈만과 사찰음식 대가이자 한식진흥원장인 선재마율 스님. 두 사람은 지난해 호텔에서 있었던 '사찰음식의 길' 프로모션을 함께 진행했다.

한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다르다.
한식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스님, 농부, 어부, 셰프 등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한식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 소통할 수 있었던 기회가 많았던 건 정말 행운이다. 지금은 아내와 딸에게 한식을 어떻게 요리하고 맛있게 먹는지 가르쳐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름엔 물냉면, 겨울엔 김치찌개를 좋아하는데 두 살짜리 딸 루나는 만두를 좋아한다. 내가 코앞에 만두를 가져가면 손뼉을 치면서 환호성을 지른다.    
가장 좋아하는 한식 재료는 뭔가.
장류, 참기름, 해조류, 녹차를 좋아한다. 집에서도 음식을 만들면서 매우 오래되고 다채로운 스타일의 한국 간장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제철 식재료 산지를 직접 방문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들었다.  
경험했던 곳 중 제주도와 완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 외에도 월악산 꿀, 평창 송어, 제주산 흑돼지를 다 직접 찾아가 봤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는 한우다. 전 세계적으로 홍보하기 좋은 아이템으로는 녹차를 꼽고 싶다. 한국 녹차의 높은 품질, 독특한 맛과 스타일을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파크 하얏트 서울 총주방장 페데리코 하인즈만이 완도에 있는 양식장을 찾아가 한국 해산물 식재료의 고유한 개성과 우수한 품질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참고로 그는 한국의 해조류에 관심과 애정이 많다.

파크 하얏트 서울 총주방장 페데리코 하인즈만이 완도에 있는 양식장을 찾아가 한국 해산물 식재료의 고유한 개성과 우수한 품질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참고로 그는 한국의 해조류에 관심과 애정이 많다.

이번 발효 디너에서 왜 방어를 토마토 물김치와 곁들여 먹는 방법을 택했나.
제주도에서는 생선회나 숙회를 숙성된 백김치와 같이 먹더라.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무 대신 색감이 예쁜 토마토를 이용해 봤다.  
막걸리 소스는 어떻게 만드나.
고추·양파·마늘·생크림·막걸리 등의 재료를 섞어 은은한 막걸리 향을 느낄 수 있는 소스다. 이번에는 오리가슴살 구이에 곁들여 내는데, 막걸리 소스가 오리고기 특유의 잡내를 잡아주는 동시에 매력적인 향을 뽐낼 것이다.  
파크 하얏트 서울 '더 테이스트-발효 디너세트' : 오리가슴살 구이. 막걸리 소스를 더했다.

파크 하얏트 서울 '더 테이스트-발효 디너세트' : 오리가슴살 구이. 막걸리 소스를 더했다.

발효 된장을 섞은 초 된장 소스는 어떻게 만드나.
홈메이드 된장에 솔잎 천연 발효식초를 섞어 만든다. 식초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지방분해 효과도 있어 육류와 함께 섭취하면 건강에 좋다. 또 소량의 식초는 메인요리를 먹는 내내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개발하게 됐다.  
된장과 버터를 혼합해 만든 ‘된장 버터 크럼블’의 맛이 기대된다.  
일반적인 크럼블은 버터·설탕·밀가루를 섞어 만든다. 이번에는 된장을 사용해 건강한 크럼블을 만들고 싶어서 버터에 된장을 넣고 끓였다. 이후 된장 특유의 강한 향을 조금 누그러뜨리기 위해 계피와 올스파이스 향신료를 넣고 크럼블을 만들었다.  
파크 하얏트 서울 '더 테이스트-발효 디너세트' : 우럭 구이. 맛을 순하게 만든 고추장 소스를 더했다.

파크 하얏트 서울 '더 테이스트-발효 디너세트' : 우럭 구이. 맛을 순하게 만든 고추장 소스를 더했다.

우럭구이에 사용한 고추장 맛을 순하게 만들었다고 하던데, 한국인들에겐 좀 심심할 것 같다.
비빔밥에 고추장을 많이 넣으면 본연의 나물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로 고추장을 순하게 만든 것이다. 여러 식재료가 어우러질 때는 서로의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화로움을 찾아야 한다.  
호텔에서 쓸 장을 직접 담근다고 들었다. 
팀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것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호텔 옥상에 발효 장을 보관하는 25개의 옹기가 있다. 서울에 다 갖고 오지 못한 장과 김치는 강원도 정선 지역의 한 곳에서 항아리에 보관하고 있다. 그 외에 지역 생산자(혹은 장인)들로부터 메주를 구입하거나 스님에게서 된장과 고추장을 받아오기도 한다. 모두 소규모 단위의 지역 생산자가 정성스럽게 만들어낸 식재료들이다.  
새로 배우고 싶은 한국 문화가 있다면.  
궁중음식과 다과를 공부하고 싶다. 한국 도자기도 배우고 싶은 분야 중 하나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파크 하얏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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