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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예산안 못막은 한국당···목발 짚은 심재철 "이럴 순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통과에 대해 반발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통과에 대해 반발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게 대체 뭡니까”(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너네끼리 다 해쳐먹어라”(김태흠 한국당 의원)
“‘아들 공천’ 문희상 (국회의장)은 사퇴하라!”(임이자 한국당 의원)

10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상정되고 통과되는 동안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었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당을 뺀 군소정당과 만든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예산 수정안을 “불법집단들의 반헌법적 불법 예산”이라며 총력 저지에 나섰지만, 끝내 문희상 의장이 수정안 통과를 알리는 방망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회의는 민주당 이인영, 한국당 심재철, 바른미래당 오신환 등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오후 1시 30분부터 5시간여 넘게 줄다리기 협상을 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513조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 삭감액 규모를 두고 여야가 세부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이 상정 된 후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단상에 항의하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의장석에 올라 설전을 벌이고 있다.[뉴스1]

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이 상정 된 후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단상에 항의하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의장석에 올라 설전을 벌이고 있다.[뉴스1]

 오후 6시 40분쯤만 하더라도 여야 협상 중이던 오신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안에 예산 처리 어렵다는 게 저를 포함해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과 10여분 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자당 의원들에게 “지금 본회의가 속개될 예정이니 즉시 본회의장으로 와달라”는 문자를 보내면서 전운이 고조됐다. 소식을 들은 심재철 원내대표도 오후 7시 20분쯤 의원들에게 “민주당이 20시(오후 8시)에 본회의를 열어 날치기를 할 예정이니 속히 국회로 와달라”고 했다.

오후 8시 민주당 의원들이 대부분 들어선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속개한 문희상 의장은 한국당 의원들이 입장한 8시 38분쯤 “성원이 되었으니 예산안부터 상정하겠다”고 했다. ‘날치기 예산 불법’ ‘4+1은 세금도둑’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온 한국당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사퇴하라” “아들 공천” “제안 설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한표 의원은 문희상 의장의 단상에 올라가 항의하기도 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앞줄 가운데)가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의결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앞줄 왼쪽은 정부측 인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이낙연 국무총리. 김경록 기자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앞줄 가운데)가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의결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앞줄 왼쪽은 정부측 인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이낙연 국무총리. 김경록 기자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선진화법을 의식한 듯 피켓을 들고 고함을 칠 뿐 물리력을 동원해 표결 처리를 막지는 않았다.

첫 번째로 토론자로 나선 조경태 한국당 의원은 시간 끌기 전략을 썼다. “제발 내 얼굴을 봐서라도 토론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하던 문 의장은 결국, 10여분 후 강제로 토론을 종결시켰다. 한국당 의원들은 “아들 공천 대가냐”고 목소리를 더욱 높였고, 심재철 원내대표는 목발을 짚은 채 의장석 앞까지 나아가 “이럴 수는 없다’고 항의했다.

이후 안건은 한국당이 맞불 성격으로 내놨던 이종배 의원 안이 먼저 올라갔다. 하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단칼에 물리쳤다. 다음으로 이인영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4+1 협의체’ 수정안에 이 올라갔고, 홍 부총리는 "이의가 없다"고 한 줄 평을 남겼다. 이후 표결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재적 295인 중 156명이 찬성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0일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자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0일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자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 측에서는 '날치기'라고 주장했고, "문 의장 사퇴"와 "아들 공천" 등을 거듭 외쳤다. 하지만 정부를 대표해 나온 이낙연 국무총리는 "존경하는 문희상 의장과 의원님 여러분이 예산안을 의결해 감사하다"고 했다. 이 순간까지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 총리 옆에서 문 의장을 바라보며 항의하고 있었지만, 부질없었다.

김준영·이우림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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