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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부터 곧바로 실전투입…기로에 선 '투사' 심재철의 협상력

중앙일보

입력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여야3당 원내대표 및 예결위 간사 예산안 협상 중 나오고 있다. 2019.12.10/뉴스1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여야3당 원내대표 및 예결위 간사 예산안 협상 중 나오고 있다. 2019.12.10/뉴스1

예산안 협상, 패스트트랙 법안, 필리버스터 활용 등의 파고를 어떻게 헤쳐 나갈까. 투쟁가로 평가받아온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협상력이 기로에 섰다.

심 원내대표는 강력한 대여투쟁론을 내걸고 당선됐다. 투쟁을 전면에 내건 데는 개인사와 떼어놓기 어렵다는 평가다. 그는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 그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5개월간 수감됐다. MBC 기자 시절엔 1987년 노동조합을 설립해 초대 전임자를 역임했고, 1992년엔 MBC 파업을 주도해 구속됐다. 법조인, 관료 위주의 한국당 인적구성과는 궤를 달리하는 인생역정이다.

그런 만큼 심 원내대표가 당선되면 강력한 대여투쟁의 깃발이 올려질 거라는 관측도 있었다.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여야 의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여야 의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하지만 9일 당선 직후 심 원내대표가 꺼내 든 첫 카드는 유화책이었다. ‘필리버스터 철회-패스트트랙 법안 미상정’ 타협안을 꺼내 들었다. 심 원내대표의 이 카드는 비록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반발에 부딪혀 '예산안 우선 처리-필리버스터 조건부 철회'로 후퇴했지만, 여권에는 "생각보다 대화가 가능한 원내대표"라는 인상을 주었다는 평가다.

심 원내대표의 깜짝 카드에 대해 당내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TK의 한 의원은 “당선 후 뭔가 차별성을 보여준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서둘렀다. 되려 대여 협상력이 약해지는 카드를 너무 빨리 꺼내들었다”고 했다. 반면 우호적 반응도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심 의원은 1996년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당을 지휘하던 신한국당 시절부터 정치를 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도 투사 이미지를 가졌지만 의회주의자였다. 심 의원도 기본적으론 의회 내 타협을 중시할 것”이라고 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여야3당 원내대표 및 예결위 간사들이 예산안 협상 중 나오고 있다.[뉴스1]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여야3당 원내대표 및 예결위 간사들이 예산안 협상 중 나오고 있다.[뉴스1]

일단 10일 정기국회 본회의에선 ‘민식이법’ 등 비쟁점법안을 처리하고 예산안은 계속 협의하는 등 협상론에 힘이 실렸다. 심 원내대표 측도 10일 협상 경과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상대를 비판하거나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 등 말을 아끼며 최대한 판을 깨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심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예산안 협상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관측이다. "선전했다"는 평이 나오면 정치인 심재철에 대한 "공격 일변도"라는 인식을 잠재우면서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안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4+1' 여야 협의체의 합의안으로 예산안 등을 통과시키겠다며 버티고 있어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초 의회 내 타협론에 가까웠던 나경원 원내대표도 뾰족한 성과를 가져오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협상한다면서 과연 얻은 게 뭐냐'는 당내 강경론이 커지면 심 원내대표 역시 극한 투쟁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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