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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빈소 첫 조문객은 아주대 교직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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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팔짱을 낀 포즈로 마소를 짓고 있는 영정 앞에 놓인 위폐엔 '김우중'이라는 이름과 '바오로'라는 세례명이 함께 적혔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이 9일 오후 11시5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숙환으로 별세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빈소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연합뉴스]

숙환으로 별세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빈소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연합뉴스]

10일 사단법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에 머물다 건강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6월 귀국했다. 이후 아주대병원에서 통원·입원 치료를 받으며 투병생활을 했다고 한다. 연명 치료는 받지 않았다.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전 ㈜대우 사장)은 "지난 토요일부터 급격하게 상태가 안 좋아졌다"며 "연명 치료는 본인(김 전 회장) 생각도 그렇고 추세도 그렇지 않으냐. 본인이 가족들에게 (연명 치료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사전에) 밝혔었다"고 말했다.

유언은 없지만 "해외 청년사업가 양성 발전" 당부

김 전 회장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영면에 들어갔다고 한다. 별도의 유언은 없었다.
장 회장은 "김 전 회장이 유언은 남기지 않았지만, 평소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지막 숙원사업으로 진행하던 해외 청년사업가 양성 사업을 잘 유지·발전시키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투병 중에도 주변 사람들을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주변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마지막 순간까지 의식이 있었다고 장 회장은 전했다.

장례는 천주교식으로 진행된다. 김 전 회장의 평소 뜻대로 소박하게 치러졌다. 빈소에는 가족들과 옛 대우그룹 관계자들 일부가 일찍부터 조문객을 맞을 준비를 했다. 고인은 평소 "장례문화가 많이 바뀌어서 소박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유족들도 근조화는 물론 부의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빈소 앞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빈소 앞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첫 조문객은 박형주 아주대 총장 등 아주대 교직원들이었다. 아주대학교는 1977년 당시 대우실업 사장이었던 김 전 회장이 "교육 사업을 통해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고급 인력을 키우겠다"며 사재를 출연해 대우학원을 설립하고 인수한 대학이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관계자는 "고인이 아주대학과 병원 등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어 빈소도 아주대병원에 차리게 됐다"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등 대학 등을 키우면서도 경영이나 인사권 등에 개입하지 않고 학교가 잘 운영되도록 교직원들을 독려했었다"고 말했다.
현재 빈소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대우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이 조문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남긴 대표 기업인 

한편 1936년 대구 출생인 김 전 회장은 경기중·고교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66년까지 섬유회사인 한성실업에서 일하다 만 30세인 1967년 자본금 500만원, 직원 5명으로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45세 때인 1981년 대우그룹 회장에 오른 이후 세계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그룹을 확장해 1999년 그룹 해체 직전까지 자산 규모 기준으로 현대에 이어 국내 2위로 일군 대표적인 1세대 기업인이다.

1989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펴낸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역대급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대우그룹은 1998년 대우차-제너럴모터스(GM) 합작 추진이 흔들린 데다 회사채 발행제한 조치까지 내려져 급격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1999년 8월 모든 계열사가 워크아웃 대상이 되면서 해체됐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밤 11시50분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생전 고 김 전 회장이 대우자동차 티코 옆에 선 모습. [뉴스1]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밤 11시50분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생전 고 김 전 회장이 대우자동차 티코 옆에 선 모습. [뉴스1]

김 전 회장도 21조원대 분식회계와 9조9800억원대 사기 대출 사건으로 2006년 1심에서 징역 10년, 추징금 21조4484억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징역 8년 6월, 추징금 17조9253억원으로 감형됐으며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베트남 등지에서 청년사업가 양성 프로젝트도

이후 김 전 회장은 베트남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머물며 동남아에서 인재양성 사업인 '글로벌 청년 사업가(GYBM. Global Young Business Manager)' 프로그램에 주력해왔다.
2011년부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1년에 190명의 청년기업가를 양성해 배출하고 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측은 "평소 고인이 청년에 각별했다"며 "청년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우리 세대가 잘해서 다음 세대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의 영결식은 12일 오전 8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장지는 고인의 어머니가 잠들어 있는 충남 태안군 소재 선영이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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