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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뉴스]고교생들이 2억 모아 후원했다···IMF도 못말린 ‘서석고 나눔본능’

중앙일보

입력

광주 서석고 학생들이 지난 3월부터 모은 후원금과 학교축제 수익금 등을 9일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했다. 봉사단이 1999년부터 복지시설에 후원한 금액은 총 2억1373만 원에 달한다. [사진 서석고]

광주 서석고 학생들이 지난 3월부터 모은 후원금과 학교축제 수익금 등을 9일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했다. 봉사단이 1999년부터 복지시설에 후원한 금액은 총 2억1373만 원에 달한다. [사진 서석고]

후원금은 기본…목욕봉사에 헌혈까지

9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 서구 서석고 내 도서관. 이상덕 서석고 교장이 학교와 자매결연을 한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들에게 총 937만원을 전달했다. 지난 3월부터 학생들이 모은 후원금과 학교축제 수익금 등을 합친 후원금이었다.

광주 서석고 학생들, 9일 937만원 또 전달 #1999년부터 모금…총 2억1373만원 후원금

노인 사회복지시설인 ‘평강의 집’ 이광예 대표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 날로 줄어드는 사회현실 속에서 서석고 학생과 학부모가 보여주는 따뜻한 마음은 어려운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지역에는 지난 20여년간 불우한 이웃들과 함께해온 고교생들이 있다. 1999년부터 복지시설이나 단체들에 총 2억1300여만 원을 후원한 서석고다.

이날도 학생들은 1인당 매달 1000원씩을 모은 후원금과 학교축제인 ‘서석제’ 기간 먹거리장터를 운영해 생긴 수익금을 기탁했다. 이날 후원금을 전달받은 기관은 엠마우스복지관, 쌍촌종합사회복지관, 세실리아요양원, 그루터기, 평강의 집, 광주 고려인 마을 등이다.

서석고의 봉사활동 주체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무지개 공동회’다. 학생들은 이 봉사모임을 통해 후원금 모금과 봉사활동, 헌혈 캠페인 등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도 학생들은 모금 활동과 별개로 매주 20명씩 조를 짜서 관내 노인복지시설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해왔다. 2016년 1월에는 화순전남대병원을 찾아 헌혈증 200장을 기부하는 등 헌혈기부도 왕성하게 하고 있다.

복지기관까지 '휘청'…IMF 때 출범

지난 9월 열린 서석제 축제 당시 먹거리장터 모습. 서석고 학생들은 축제 수익금과 매달 모은 성금을 모아 사회복지단체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사진 서석고]

지난 9월 열린 서석제 축제 당시 먹거리장터 모습. 서석고 학생들은 축제 수익금과 매달 모은 성금을 모아 사회복지단체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사진 서석고]

무지개 공동회의 출범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힘든 생활을 하던 이웃들을 직접 돕겠다는 게 목표였다.

당시 서석고 교사와 학생들은 IMF 이후 복지·봉사단체들까지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봉사활동에 나섰다. 당시 교내에서 진행하던 모금활동과 별개로 반별로 조를 짜서 노인 목욕·안마봉사나 청소를 비롯한 환경정화 활동을 한 게 시작이다.

서석고 학생회장인 이동현(17)군은 “선배들로부터 이어져 온모금활동과 부모님들이 마련해주신 음식을 축제장에 내놓음으로써 매년 후원금을 마련해왔다”고 말했다. 이군은 또 “학업도 중요하지만, 현장 봉사나 모금활동을 통해 소외된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다는 데 학우들 모두가 큰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광주 서석고 학생들이 지난 3월부터 모은 후원금과 학교축제 수익금 등을 9일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했다. 봉사단이 1999년부터 복지시설에 후원한 금액은 총 2억1373만 원에 달한다. [사진 서석고]

광주 서석고 학생들이 지난 3월부터 모은 후원금과 학교축제 수익금 등을 9일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했다. 봉사단이 1999년부터 복지시설에 후원한 금액은 총 2억1373만 원에 달한다. [사진 서석고]

광주 명문고…졸업생 2만명 봉사

서석고는 1974년 개교 후 2만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광주의 사립 명문고 중 한 곳이다. 광주 상위권인 학업성적 외에도 1인1기 차원에서 전교생을 상대로 검도 연마를 통해 전인교육을 하는 학교로도 알려져 있다.

이상덕 서석고 교장은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작은 힘이나마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작은 등불이 어둠을 밝히듯 작은 나눔이 우리 사회를 지키는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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