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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이번엔 檢 뜻대로 안될 것" 북콘서트서 검찰·야당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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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하명수사’ 지시에 따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수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황운하(57) 대전경찰청장이 9일 북 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대전시 중구 대전시민대학(옛 충남도청) 식장산홀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황운하 청장은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라는 자전적 에세이를 소개했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9일 오후 대전시 중구 대전시민대학 식장산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자서전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를 소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9일 오후 대전시 중구 대전시민대학 식장산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자서전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를 소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북 콘서트에는 전·현직 경찰관과 그를 지지하는 모임, 지역 정치인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사실상 총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행사 50분가량을 앞두고 황 청장이 도착하자 일부 참석자는 “황운하~ 황운하”를 연호했다. 한 여성은 “꼭 국회의원 되세요”라며 황 청장과 악수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온 60대 남성은 “청장님을 응원하기 위해 멀리서 왔다”고 했다.

9일 오후 대전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개최 #중구, 황운하 청장 내년 총선 출마예정 지역 #황 청장 "경찰후배에게 경험 주기위해 집필"

북 콘서트가 열린 대전시 중구는 황 청장이 초·중·고를 나온 데다 경찰서장을 지낸 곳이다. 그는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 때 대전 중구 출마가 유력하다.   황 청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전 중구는 (내가)초·중·고를 졸업한 지역으로 총선 출마를 고려하면서 고향이 아닌 곳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북 콘서트는 국민의례와 저자인 황 청자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1·2부로 나눠 진행했다. 1부에서는 문성식 변호사(대전경찰청 인권위원장)·박선영 목원대 교수와 황 청장의 대화 형식, 2부는 청중과의 대화로 이어졌다. 황 청장은 책을 소개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소신과 양심을 갖고 살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9일 오후 대전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책을 소개하기 위해 무대로 오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9일 오후 대전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책을 소개하기 위해 무대로 오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날 소개된 책은 ^검찰과의 전쟁 ^잊지 못할 사건들 ^가지 않은 길 ^묻고 답하다 등 4개의 소주제로 구성됐다. 수사권 독립과 수사구조 개혁 과정에서 벌어진 검찰과의 갈등과 비화가 주로 담겼다.

황 청장은 ‘울산 고래고기 사건’ 등 자신이 수사한 사건을 중심으로 검찰이 어떻게 수사를 지휘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검찰과의 전쟁’을 1부로 정했다고 한다. 고래고기 사건은 경찰이 범죄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를 검찰이 유통업자에게 돌려주도록 결정한 것을 두고 벌어진 대표적 검·경 간 갈등이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청와대 하명수사’와 관련 “청와대 첩보인 줄도 몰랐고 수사과정에서 본청(경찰청), 청와대에 어떤 보고도 하지 않았다”며 “검찰과 야당이 미리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춰 몰아가고 있다. 이번에는 절대로 검찰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결국 경찰에 권력의 무게가 실리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황 청장은 “검찰이 가진 권력을 경찰과 금감원·국세청 등으로 쪼개 권력을 분산시키자는 게 수사권 조정의 핵심”이라며 “경찰 권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검찰의 잘못된 논리”라고 말했다.

 9일 오후 대전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황운하 대전경찰청장(가운데)가 패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9일 오후 대전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황운하 대전경찰청장(가운데)가 패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패널로부터 “용기 있게 내부를 성찰하는 내용을 소개했다”는 질문을 받은 황 청장은 “국민이 경찰이 공정하고 수사에 투명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과거 경찰 내부의 부패와 비리를 소개한 것은 뼈를 깎는 성찰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황 청장은 “얼마 전 정치에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정치인으로 소신과 양심을 지킬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었다”며 “주변에서 ‘그럼 누가 정치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있는데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내년 총선에서 떨어지면 재도전할 것”이라는 관객의 질문을 받은 그는 “국회의원을 하려고 정치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정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직접 연주하며 북 콘서트를 마친 황운하 청장은 책을 들고 행사장을 찾은 참석자들에게 사인을 해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선관위는 이날 열린 황 청장의 북 콘서트가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총선 출마가 예상되지만 전·현직 정치인이나 공무원, 입후보 예정자 모두 출판 기념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9일 오후 대전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자신의 책을 구매한 참석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9일 오후 대전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자신의 책을 구매한 참석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둔 황 청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자유한국당과 검찰을 비판했다. 그는 “작금의 상황을 표현하면 ‘적반하장’이 어울릴 듯하다”며 “법정에 서 있어야 할 토착 비리, 부패 비리 범죄자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큰소리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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