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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시한 못참고 '동창리 행동' 나선 김정은, 끝내 ICBM 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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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이 8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시사하는 주장을 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담당하는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이날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철산리 장거리미사일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실험)이 진행됐다”며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7년 3월 18일 평북 철산군 동창리의 미사일 연소 실험장에서 실시한 엔진연소실험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7년 3월 18일 평북 철산군 동창리의 미사일 연소 실험장에서 실시한 엔진연소실험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은 2017년 3월 신형 엔진 연소 실험과 뒤이은 화성-14ㆍ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뒤 ‘전략적 지위’가 변화됐다고 밝혔다.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로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는 주장이었다.
따라서 북한이 이날 ‘전략적 지위 변화’, ‘머지않아’라는 예고성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절대 무기’인 핵을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인공위성) 발사를 통한 무력시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가지고 나오길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연말 시한’을 정하고, 미국이 북한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상황 악화에 나서겠다는 예고였던 셈이다.

북한이 지난 2017년 3월 18일 평북 철산군 동창리의 엔진연소실험장에서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 2017년 3월 18일 평북 철산군 동창리의 엔진연소실험장에서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특히 김 위원장은 ‘연말 시한’을 두 달여 앞둔 지난 10월 13일 백두산에 올라 ‘담대한 구상’을 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했다. 이어 지난 3일에도 백두산에 올랐다. 백두산은 김 위원장이 중대한 정세 변화를 앞두고 찾았던 ‘결심’의 장소다.
따라서 그의 연이은 백두산 등정은 한반도에 심상치 않은 상황을 예고하는 ‘퍼포먼스’라는 우려가 크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2013년 12월과 2017년 12월 백두산에 오른 뒤 각각 고모부(장성택)를 처형했고, 지난해 평화 공세를 결심했다”며 “북ㆍ미 실무협상이 중단된 가운데 군 지휘관들을 데리고 백두산에 오른 건 미국과 ‘결전’을 각오하는 일종의 시위”라고 분석했다. 미국에 변화를 주문했지만, 자신들의 뜻이 먹히지 않자, ‘강 대 강’ 구도를 택했다는 부정적인 동향이라는 얘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3월 18일 신형 고출력 엔진연소실험에 성공한 뒤 관계자를 업어주고 있다. 북한은 당시 실험 성공을 3.18혁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3월 18일 신형 고출력 엔진연소실험에 성공한 뒤 관계자를 업어주고 있다. 북한은 당시 실험 성공을 3.18혁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쳐]

북한이 전날(7일) 실시한 ‘중대한 실험’은 이런 북한의 ‘강 대 강 구도’의 신호탄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형 엔진 연소 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이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표현을 수시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새로운 로켓(미사일)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은 2021년까지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진행 중인데 지난해 말 중국 등에서 기술을 들여와 신형 인공위성을 준비했지만, 아직 발사하지 않았다. 인공위성에 사용되는 다단계 로켓은 곧바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할 수 있다.

김정은 10월 13일 백두산 찾아 '담대한 구상' #연말시한 다가오며 동창리서 강대강 움직임 #인공위성,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군사적 긴장 예고?

또 화성-15형과 같은 ICBM의 실거리 사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을 쏠 때 최고 고도를 4475㎞까지 올리면서도 거리 950㎞로 ‘조절’하는 고각 발사를 했다. 통상 미사일의 사거리는 최고 고도의 2~3배 가량이라는 점에서 화성-15형이 1만㎞ 이상 날아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실제 사거리로 발사함으로써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동시에 북한이 (준) 전시사태 분위기 조성을 통해 대내외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지난 3일 백두산에 오를 때 군종 사령관 및 각 군단장을 대동한 점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특수부대를 비롯해 대규모 군인들을 동원해 삼지연과 양덕군 온천 건설사업을 진행했다”며 “각각 지난 2일과 7일 준공식을 거행함에 따라 건설에 동원했던 군인들을 금강산 건설 현장으로 이동배치할 수도 있지만, 전부 부대로 복귀시키고 전쟁 분위기를 고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전투 부대원들을 건설현장에 보내는 상황을 만들어 평화 조성 의도를 내비쳤지만, 이와 반대 분위기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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