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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 중국인 상권, 영등포 넘어 마포 넘보나?"

중앙일보

입력

"결국 마포 상권도 장악하나…."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대림동에 집중된 중국인 상권은 지금 영등포로 확산 중이다. 한강 넘어 마포까지 넘볼 기세다. 머지않은 장래에 마포 뒷골목, 그리고 마포대로에까지 중국어 광고판이 덕지덕지 붙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중국 상인들의 근성을 알기에 하는 소리다. 그들의 돈 의식은 집요하다. 단돈 1원이 남아도 뛰어든다. 고생을 마다치 않는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파고든다. 자기들 사람 데려다 쓰니 최저임금 걱정할 필요도 없다. '선비' 같은 한국 기업은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중국 상인들은 스멀스멀 대림동을 넘어 영역을 넓혀간다.

이전에 돈은 한국에서 중국으로 갔다. 한국에서 돈 벌어 중국의 고향 가족에게 보냈다. 그런데 이게 거꾸로다. 돈이라면 이제 중국이 더 많다. 한국에 나온 사람들은 사업을 위해 대륙에서 투자 자금을 끌어온다. 사업은 비즈니스로 변하고, 점포 주인은 회사 사장으로 명함을 바꾼다. 마포 오피스텔을 문의하는 중국 비즈니스맨들이 많아졌다. 그들의 상권은 더 넓어진다.

대림동의 '차이나 스트리트'. 대림동 중국 상권은 지금 확장 중이다.

대림동의 '차이나 스트리트'. 대림동 중국 상권은 지금 확장 중이다.

3년 전 카자흐스탄 출장 얘기다.

일대일로 취재였다. 중국-카자흐스탄 접경 도시인 호로도스에서 알마티로 가는 길. 자동차로 4시간 정도 거리다. 도로 건설이 한창이었다. 공사장에는 중국인 인부가 많았다. 중국어가 쓰인 공사 차량도 보였다.

알마티에서 카자흐스탄 정부 관리를 인터뷰했다.

- 중국 일대일로 정책으로 너희들은 좋겠다. 중국이 SOC 깔아주니….
"..."

 - 왜 답이 없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다 있다."

 - 긍정적인 면은 알겠는데, 부정적인 건 또 무엇이냐?
"사라진다. 중국인이 공사 끝나면 돌아가야 하는데, 그냥 사라진다. 우리는 인구가 작은 나라다. 기술자도 없다. 그러니 공사는 중국인에 의존한다. 그런데 공사가 끝나면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카자흐스탄 어디론가 잠적한다. 카자흐 곳곳을 파고든다. 골치 아프다."

카자흐스탄은 땅은 넓고 인구는 적은 나라다. 초원으로 덮여있고 목축으로 먹고살던 사람들이다. 중국인이 와 사업을 하면, 카자흐 사람들은 게임이 안 된다.

그런 카자흐 땅에 중국인이 대거 넘어와 뿌리를 내리면, 그곳은 카자흐스탄일까 중국일까…. 그때 든 생각이다.

다시 '대림동' 얘기다.

한국은 쉽다. '자유주의 경제', 법만 어기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이란다. 이는 중국인들에게 '관대함'으로 다가온다. 관대함을 자양분으로 중국인 비즈니스는 무럭무럭 자란다.

그들만의 생태계가 형성된다. 관광업계가 대표적이다. 데려오고, 재우고, 구경시켜주고, 먹여주고, 쇼핑시키고…. 모든 과정이 그들 경계 안에서 이뤄진다. 한국 여행사는 낄 틈이 없다. 중국 관광객 가이드였던 중국 유학생은 어엿한 여행사 사장으로 변신한다. 한국 여행사는 시장에서 도태된다. 중국인 대상 여행업계는 이미 그들이 '평정'했다.

대림동 교육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 이 지역 각급 학교에는 중국 학생을 위한 특별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가정 통신문도 한국어와 중국어로 안내해주는 학교도 있다. 심지어 서울시교육청은 아예 이 지역을 '교육 국제화 특구'고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세우기도 했다. 대림동에선 중국어가 국제화의 수단인 모양새다.

우린 관대하고, 오지랖도 참 넓다.

요즘 마포 공덕동 로터리 주변 오피스텔에서는 중국어가 자주 들린다. 공항 길 편하고, 중심지와 가깝고,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비하면 집값도 싸고…. 안성맞춤이다. 이래저래 공덕동을 찾는 중국인이 많아진다.

마포를 지날 때면 자꾸 알마티 취재가 떠오른다.
그렇게 마포는 지금 '국제화'되어가고 있다….

차이나랩 한우덕 기자

따끈따끈한 중국 소식을 매일 당신에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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