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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4485억 들인 애물단지 K11 소총···결국 사업 중단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98년 연구개발이 시작된 이래 불량 논란이 끊이질 않던 K11 복합소총의 운명이 결국 사업 중단으로 결론났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지난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K11복합 소총의 사통장치 균열 등 결함을 지적했다. 보좌진이 K-11 복합소총을 들어보이고 있다. 변선구 기자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지난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K11복합 소총의 사통장치 균열 등 결함을 지적했다. 보좌진이 K-11 복합소총을 들어보이고 있다. 변선구 기자

방위사업청은 4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 주재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K11의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K11은 당초 1998년 연구개발이 시작돼 2018년까지 총 4485억원을 들여 1만5000여정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돼왔다. 5.56㎜ 소총과 20㎜ 공중폭발탄을 일체화한 이중 총열 방식을 특징으로 해 차세대 명품 개인 화기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잦은 고장과 폭발 등으로 사업 중단을 결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줄곧 제기돼왔다. 2011년 초도 양산 이후 기폭장치 폭발사고로 전력화가 중단됐고, 품질검사 도중에는 사격통제장치 균열이 발생했다. 지난해 3월에는 사통장치 균열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변경 입증시험 중 총기 몸통이 파손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 자릿수에 불과한 명중률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2019년도 관련 예산으로 34억2500만원이 편성됐다가 연구개발비 33억6900만원이 국회에서 삭감되면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였다. 결함을 바로잡는 게 불가능하다는 데 무게가 실리면서다. 지난 9월엔 감사원까지 나서 "방위사업청장, 육군참모총장, 국방과학연구소장 등에게 앞으로 작전운용성능 등에 못미치는 무기를 개발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한다"며 "특히 방사청장에게 K11 소총의 명중률 저조, 사격통제장치 균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본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현재까지 K11 개발 및 양산에 들어간 비용은 1000억여원으로 추산된다. 방사청은 "감사원 감사 결과, 사업추진 간 식별된 품질 및 장병 안전문제, 국회 시정요구 등을 고려해 사업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미사일 요격을 위해 개발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인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일명 철매Ⅱ) 시험발사가 2016년 3월 2월 충남 안흥의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실시됐다. 군은 2020년까지 M-SAM 개발에 이어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을 개발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방위사업청]

북한 미사일 요격을 위해 개발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인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일명 철매Ⅱ) 시험발사가 2016년 3월 2월 충남 안흥의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실시됐다. 군은 2020년까지 M-SAM 개발에 이어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을 개발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방위사업청]

방사청은 또 이날 방추위에서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L-SAM) 체계개발기본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L-SAM은 2010년 5월 소요가 결정돼 2015년부터 지난 11월까지 탐색개발이 진행됐다. 방사청은 2024년까지 9700억원을 들여 L-SAM 체계개발을 마치고 시제품을 완성할 계획이다. 군 당국은 이 계획대로라면 L-SAM의 양산과 전력화가 2028년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군 안팎에선 L-SAM의 조속한 전력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최근 크게 늘었다. 올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커지면서다. 현재 군은 패트리엇(PAC)-2로 고도 20㎞ 이하를,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M-SAM)으로 고도 20~40㎞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로 40~150㎞를 방어하고 있다. 여기에 요격 고도 50~60여㎞인 L-SAM이 가세하면 더욱 촘촘한 방공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군 당국의 기대다.

방사청은 이밖에 울산급 Batch-Ⅲ 체계개발기본계획안도 심의·의결했다. 사업명 Batch는 같은 종류로 건조되는 함정들의 묶음으로, 뒤의 숫자는 성능 개량 순서를 뜻한다. 울산급 배치-Ⅲ 사업은 노후화 한 해군 호위함과 초계함을 대체하기 위해 대공 탐지능력과 생존성이 향상된 함정을 국내에서 건조해 확보하는 사업이다. 방사청은 2024년까지 4500억원을 들여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등을 완료할 방침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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