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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후폭풍…김태흠 "초등교만 나와도 안다, 황교안 월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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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전날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임기 연장을 하지 않게 된 가운데, 4일 당내에선 반발이 쏟아지면서 여진이 이어졌다.

한국당 '나경원 불신임' 여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태흠 의원은 공개발언을 신청해 연단에 나섰다. 김 의원은 연단 바로 앞에 앉아있던 조경태‧김순례 최고위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의 의결 내용은 참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 이게 살아있는 정당인가”라고 말했다. 앞서 3일 황교안 대표는 긴급 최고위를 소집해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의 연임이 됐든, 다음 경선이 됐든, 의총에 권한이 있다. 당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이게 살아있는 정당인가. 이게 옳다고 보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고위는 이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원점에서 임기연장을 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원내지도부를 뽑느냐 하는 부분을 의총에 되돌려달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당헌‧당규만 읽어도 의총에서 (원내대표를) 뽑게 되어있는 것”이라며 “황 대표가 독단적인 결정, 월권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정당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최고위원회 의결은 월권(장제원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4선인 정진석 의원은 이날 오전 회의에 앞서 천막 안에서 비공개로 대화를 나누던 중, 박완수 사무총장을 향해 “(황 대표는)정치 혼자 하느냐. 정치 20년씩 한 나도 이렇게 대표와 원내대표가 화합 못 하는 건 처음 본다”며 “정신 차려라"고 고성을 냈다. 최고위에서 나 원내대표 임기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됐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 불참했다.

전 사무총장인 김용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최고위 결정을 “국민과 당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황 대표가 단식하는 동안 무슨 구상을 했는지 분명해졌다. 친정체제를 구축해서 당을 완전하게 장악하는 것”이라며 “한국당은 사당화의 길로 들어섰다”고 꼬집었다.

지난 2일 주요당직자 일괄 사퇴로 여의도연구원장직을 사퇴한 김세연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경선 공고를 당 대표가 한다는 규정을 가지고 권한을 과대해석해서 나온 문제”라며 “삼권분립 국가에서 권리가 허물어지는 것 같은 충격이다. 당이 말기 증세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3선인 홍일표 의원은 이날 오전 당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최고위가 권한 없는 일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원내대표 선출과 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의총에만 있다”며 “의총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위가 나서서 임기연장을 불허한다며 신임 원내대표 선거 공고를 하는 것은 권한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본인의 재신임 여부를 의제로 꺼내지 않았다. 당초 3일 ‘재신임 여부’로 공지했던 안건을 이날 오전 ‘국회 현안 보고’로 수정해 의총 소집을 공고했다. 의총에서 나 원내대표는 “오늘 의총에서는 임기연장 여부에 대해서 묻지 않겠다”며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오직 국민의 행복과 대한민국의 발전, 그리고 당의 승리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다.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에 있다.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며 “한국당은 흔들리거나 멈춰선 안 된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구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장에 입장하며 의원들 모두와 웃으며 악수를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된 지 25분 만에 의총장에서 먼저 나와 기자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김태흠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백브리핑은 하지 않겠다”고 했고, 최고위 결정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앞에서 다 말씀드렸다”고 말을 아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나 원내대표실을 찾아 위로를 전했다. 8분 동안 만난 후 기자들에게 “고생 많았다. 앞으로도 당을 살리는 데 힘을 합하자고 얘기했다”며 “나 원내대표는 ‘나머지 마무리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위 의결 권한에 문제가 제기되는 데 대해 “어제 여러 가지 의견들에 대해서 당의 조직국에서 법률판단을 했고, 그에 따라 저도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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