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불가 통보’를 받은 황운하(57) 대전지방경찰청장이 헌법소원을 준비 중인 가운데 의원면직도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면직은 스스로 퇴직을 요청하는 것인데 황 청장이 검찰의 수사 대상자라 경찰청이 이를 수용하기 쉽지 않아서다.
2일 경찰청과 대전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황 청장이 신청한 명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황 청장 역시 지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페이스북)에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재산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반발했다.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공권력 남용”이라며 헌법소원에 나설 뜻도 밝혔다.
명퇴하면 수당(6000만원)·특진(치안정감) 혜택 #고위직 인사 전 물러나겠다는 계획도 어려워져 #총선 출마 위해선 내년 1월16일 이전 퇴직해야
명예퇴직과 의원면직은 스스로 퇴직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다. 우선 금전적인 문제와 직결된다.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황 청장이 명예퇴직하게 되면 6000만원가량의 수당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황 청장은 고향인 대전에서 출마하기 위해 지난달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명퇴하면 특진이라는 혜택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현재 치안정감인 황 청장의 명예퇴직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그는 한 계급을 승진해 치안정감으로 퇴직하게 된다. 치안정감은 14만여명의 경찰관 가운데 단 6명뿐인 경찰조직 내 최고위직이다. 20여 명이 넘는 치안감과는 급이 다르다는 얘기다. 통상 치안감급이 명예퇴직하면 승진 임용 뒤 바로 퇴직(의원면직)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른바 ‘하루짜리’ 계급장을 달고 퇴직하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에 출마하려는 황 청장 입장에서 6000만원이라는 돈은 적지 않은 금액일 것”이라며 “단 하루만 달고 물러날 계급이지만 치안정감은 경찰 최고위직으로 경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청장 역시 대전경찰청 간부들에게 “명예퇴직 수당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황 청장이)명퇴수당 금액을 거론하며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예퇴직이 불가능해진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은 헌법소원 준비와 함께 의원면직 신청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5~6일쯤으로 예정된 경찰 고위직(치안정감·치안감) 인사를 앞두고 퇴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의원면직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찰 안팎의 전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의원면직을 신청한다고 해서 모두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다”며 “수사 대상자가 중징계(정직 이상)를 받을 경우 의원면직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대상자인 황 청장이 중징계와 경징계 중 어떤 기준의 처벌을 받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통령 훈령인 ‘공무원비위사건 처리규정’은 감사원 및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 중인 경우는 의원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9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내년 21대 총선이 4월 15일 치러지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 사퇴시한은 1월 16일이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h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