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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호’ 포항, 막판 대약진 이끈 ‘십시일반의 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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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울산을 상대로 네 번째 골을 터뜨린 뒤 포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스1]

라이벌 울산을 상대로 네 번째 골을 터뜨린 뒤 포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스1]

프로축구 명가 포항 스틸러스가 K리그 파이널 라운드에서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며 다음 시즌 전망을 밝혔다. 파이널A(1~6위) 그룹에 간신히 턱걸이 했지만, 이후 5경기에서 2승2무1패를 기록하며 순위를 4위까지 끌어올렸다.

양흥렬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헌신 #금주, 휴가 반납, 홍보 활동 등 다양 #"2020년 축구 종가의 부활 지켜보라 "

포항은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K리그1 38라운드 최종전에서 4-1로 대승을 거뒀다. 무승부 이상이면 K리그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울산을 상대로 4골을 휘몰아치며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눈 앞에 다가온 우승 트로피를 의식해 긴장한 울산 선수들이 결정적인 실수를 남발한 탓도 있지만, 포항은 장대비가 내리는 상황 속에서도 짜임새 있는 패스 축구로 경기 흐름을 지배했다. 공격과 수비, 선발과 조커간 짜임새도 남달랐다.

포항이 올 시즌 내내 위력적인 모습을 보인 건 아니다. 김기동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완성도 높은 축구를 선보였지만, 김승대가 전북으로 이적하는 등 주축 선수들을 떠나보낸 뒤 공백을 메우지 못해 힘겨워하던 시기도 있었다.

울산전에서 포항의 세 번째 골이 나온 직후 포항 선수들이 뒤엉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전에서 포항의 세 번째 골이 나온 직후 포항 선수들이 뒤엉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의 저력은 ‘십시일반’을 통해 키웠다. 사장부터 직원까지 모두가 조금씩 내려놓고 솔선수범하며 팀 분위기를 바꿨다. 지난 6월, 강원 FC와 원정경기에서 여유 있게 앞서가다 4-5로 믿기 힘든 역전패를 당한 게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강원전 직후 양흥렬 포항 대표이사는 비상 대책 회의를 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방심하지 않는 포항의 저력을 되찾아아 한다는데 의견 일치를 봤다. 이를 위해 모든 임직원들이 스스로를 조금씩 내려놓고 팀에 헌신하기로 했다.

양 대표는 시즌 종료까지 금주를 선언했다. K리그 구단 단장ㆍ사장들 사이에서 ‘사람 좋은 주당’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반년 동안 술을 일절 입에 대지 않고 구단 분위기 쇄신에 앞장섰다.

보스의 의중을 읽은 김기동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휴가를 반납했다. 쉬는 날에도 클럽하우스에서 효율적인 훈련 방법을 고민하고 상대팀 분석에 열을 올렸다.

울산전에서 비를 맞으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김기동 포항 감독. [연합뉴스]

울산전에서 비를 맞으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김기동 포항 감독. [연합뉴스]

구단 직원들은 아침잠을 포기했다.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줄 가장 좋은 방법은 더 많은 관중을 안방에 불러모으는 방법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매일 아침 출근 전에 포항 시내 곳곳을 돌며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선수단 홍보했다.

울산전 직후 만난 김기동 감독은 “선수 구성을 바꾸지 않고도 마음가짐 하나만으로 팀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면서 “내년 시즌엔 포항이 ‘축구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더욱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울산=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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