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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리츠 투자 허용, 쥐꼬리 수익률 탈출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더, 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44)

퇴직연금제도가 넘을 수 없는 허들 같은 것에 짓눌리고 있는 느낌이 든다. 분명히 국민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만족한다는 가입자는 찾기 힘들다. 그 이유는 첫째 퇴직연금의 키워드인 투자가 현실에 와닿지 않고, 둘째 선뜻 투자를 못하니 원리금보장상품 위주로 운용을 하고, 셋째 그렇다고 딱히 누가 적립금을 맡아 불려줄 수 없으니 답답하지만 참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저 손만 놓고 있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가입자의 수익률 향상을 위해 올해 말까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에도 현재 확정급여형(DB)만 가능한 리츠(REITs)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물론 정부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현재도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기가 힘든데 내용이 생소하고 어려운 리츠를 운용 대상으로 삼게 한다고 활용도 클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리츠엔 어느 정도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됐다고 본다. REITs는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약자로 부동산투자신탁이라는 뜻이다.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고 부동산 개발·임대 등을 통해 얻은 수익을 배분하는 투자상품이다. 쉽게 말해 일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다양한 부동산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을 배당 또는 자본이득의 형태로 돌려주는 일종의 부동산투자 전용 뮤추얼펀드(mutual fund)라 할 수 있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의 [그림1]과 같다.

[사진 한국감정원]

[사진 한국감정원]

· 다수의 투자자 : 최저자본금준비기간(영업인가 후 6월 이내)까지 발행주식 총수의 30%
· 이상을 일반인의 청약에 제공
· 부동산 : 총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건축 중인 건축물 포함)에 투자·운용
· 투자자에게 배당 :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 배당 의무
· 주식회사 : 부동산투자회사법에 정한 사항 외에는 상법 적용

한마디로 리츠 투자자는 정기적인 수입이 생기는 건물의 지분을 가지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 건물 값은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건물주가 되려면 거액의 투자가 있어야 하지만, 리츠 투자자는 펀드를 구입하면 소액으로도 가능하다. 리츠의 배당은 주식보다는 수익이 낮으나, 은행예금보다는 높은 중위험·중수익 구조다. 퇴직연금은 노후자금 성격인 만큼 안정성이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수익성도 있어야 해 리츠는 적절한 운용 대상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리츠 시장규모도 아래의 [그림2]와 같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사진 국토교통부]

그러나 이런 리츠도 세상의 모든 투자 상품이 그렇듯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투자는 항상 불확실성을 수반한다는 차원에서 장·단점을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우선 리츠의 장점은 일반 부동산 투자에 비해 유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리츠는 일반 주식이나 채권과 마찬가지로 상장시장에서 매매 되기 때문에 신속한 투자회수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또 부동산 투자는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대부분 한 물건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리츠는 여러 종류의 부동산에 분산투자하며 소액으로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 일반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관리부담을 직·간접적으로 지게 되지만 리츠투자는 관리가 필요없다. 게다가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주도록 의무화됐다는 점에서 높은 수익성이 기대된다.

그러나 단점도 많다. 첫째, 부동산 가치의 하락 위험이다. 부동산시장이 침체국면으로 돌아서 리츠 보유자산의 가치가 하락한다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임대형으로 운영되는 리츠의 경우 공실과 임대료 하락은 수익률을 하락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리츠가 펀드의 형태로 자본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으로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아무튼 퇴직연금 DC형과 IRP의 운용 대상에 리츠 편입을 허용한 것은 가입자에겐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원리금보장 상품보다 비교적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투자의 원칙은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란 사실을 염두에 두고 발품을 팔고 공부를 해야 한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는 만큼 얻을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투자는 어느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오로지 수익률 향상은 투자자 스스로의 책임과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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