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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프간 미군 5000명 감축"···WP "한반도 연말 위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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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인 2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만나 "탈레반이 휴전을 원하고 있다"며 아프간 주둔 미군을 현재 1만 4000명에서 8600명까지 감축하길 원한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인 2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만나 "탈레반이 휴전을 원하고 있다"며 아프간 주둔 미군을 현재 1만 4000명에서 8600명까지 감축하길 원한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을 맞아 아프가니스탄 미군 장병들을 깜짝 위문 방문했다. 그는 그곳에서 "아프간 미군 5000여명 감축"을 발표했다. 북한이 추수감사절 날 단거리 발사체 두 발 발사로 도발한 날 아프간에선 자신의 해외 미군 철수 계획을 밀어붙인 셈이다. 그러나 한반도는 김 위원장의 연말 시한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SMA) 협상 시한까지 두 개의 데드라인 때문에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추수감사절 깜짝 방문 현장 미군 감축 발표, #감축 반대 매티스-볼턴 사라지자 마이웨이 #WP "한반도 위기로 가는 데 美 준비 안 돼" #"관리들, ICBM·핵실험 가능성 조용히 대비, #트럼프는 동맹 강화대신 '돈 내라'고 공격"

트럼프 대통령의 아프간 미군 감축 발언은 현지시간 저녁 9시 바그람 미국 공군기지를 깜짝 방문해 병사들에게 칠면조 요리를 배식한 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아프간 반군인) 탈레반이 협상을 원하고 있고, 우리는 그들과 만날 예정"이라며 "지금은 그들도 휴전을 원하고 있다"고 탈레반과 평화협상 재개 소식을 알렸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6개월 동안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우리는 주둔 병력을 감축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현재 1만 4000명에 못미치는 아프간 주둔 미군을 8600명으로 줄이기를 원한다고 확인했다. 5000여명가량을 감축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부터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원했지만,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접은 바 있다. 매티스 장관은 아프간 주둔 병력을 오바마 정부 말기 8400명에서 지난해 1만 5000명까지 늘렸다.

하지만 지난해 말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미군 철수 결정에 반발해 사표를 내고 떠난 뒤 탈레반과 평화협정 추진을 명분으로 아프간 미군 철수를 밀어붙일 수 있게 된 셈이다. 지난 9월 8일에는 탈레반을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초청해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다가 이 계획에 극렬히 반대했던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까지 사표를 내면서 행정부 내 미군 철수 반대 세력이 사라진 상태다.

조시 로긴 "김정은·SMA 연말 시한 겹쳐 한반도 위기로 다가가고 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김정은이 12월 31일을 핵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상황에 한·미 분담금 협상도 똑같은 시한"며 "정상적인 행정부라면 전자에 집중해 후자를 걱정하지 않겠지만, 트럼프는 한반도 전략을 훼손하면서까지 돈을 원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한반도에서 위기를 향해 가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경고하면서다.

그는 "미 관리들은 김정은이 대화를 중단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같은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조용히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면서도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 모두 핵 협상에 생명선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정치적 동기를 갖고 있고, 봉쇄·억지 및 최대한 압박 캠페인으로 돌아가기는 훨씬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참모들이 '화염과 분노'가 재선을 위한 좋은 공약이 되지 못하며 동맹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강화하는 것이 유일한 책임있는 길임을 조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켄 고스 해군 분석센터(CNA) 적성국 분석국장은 중앙일보에 "북한이 선을 넘을 경우 더 많은 제재를 가할 수도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제대로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며 "한·미 양국이 북한과 외교적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제재 완화를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제재와 협박을 뒤따르는 또 다른 실험의 사이클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래 제재 완화를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내부 군부와 엘리트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고, 스스로 시한을 설정해 궁지에 몰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미 대선과 탄핵이라는 국내 정치 상황과 SMA 협상과 지소미아로 불거진 동맹 갈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한·미 동맹이 정치적으로는 산만하고 대비가 되지 않았을지 몰라도 한·미 연합사령부와 양국 군대는 어떤 사태에도 대비 태세를 잘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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