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부터 확보한 진술로 인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물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국, 전화 너무 많이 온다고 해 #김기현 첩보는 백원우가 만들어” #백원우 한때 박형철에 출마 권유 #청와대 “박 비서관 사의 표명”
세 사람은 조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했을 당시부터 함께 한 원년 멤버들이다. 이들이 민정수석실 고유의 업무랄 수 있는 ‘감찰’ 때문에 서로 얽혀들었다.
박 비서관은 먼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박 비서관은 감찰을 놓고 원칙대로 수사 의뢰 입장을 표명했지만, ‘조 전 장관이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고 한 뒤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이후 백 전 비서관이 당시 유 전 시장이 금융정책국장으로 있던 금융위가 사표를 받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도록 의견을 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박 비서관은 최근에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청와대의 ‘하명’ 때문이란 의혹과 관련해 한 번 더 조사를 받았다. 박 비서관은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 근거가 된 첩보 문건을 백 전 비서관이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대통령 친인척 등에 대한 감찰 권한을 갖는 민정비서관실이 선거를 앞둔 시점에 야당(자유한국당) 출신 정치인과 관련된 비위 첩보를 생산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 비서관은 검찰에서 비교적 소상히 당시 행적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관심이 쏠리는 건 그가 ‘조국 민정수석실’ 원년 멤버일 뿐만 아니라 이들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 때문이다. 원래 박 전 비서관은 초반에만 해도 현 검찰총장인 ‘윤석열 사람’으로 분류됐다. 윤 총장과는 2013년 국정원 댓글수사팀에서 각각 팀장, 부팀장으로 지낸 사이다. 두 사람 다 윗선의 수사 개입 문제를 제기하다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박 비서관은 사석에서 윤 총장을 “석열이 형”이라고 부른다.
박 비서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되는 반부패비서관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이가 바로 조 전 장관이다. 그전까지 조 전 장관과 개인적 인연은 없었다고 한다. 박 비서관이 임명된 지 일주일 만에 윤석열 총장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되는 등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박형철 조합의 복귀를 애초부터 기획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치인 출신인 백원우 전 비서관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박 비서관에게 강남 출마를 넌지시 권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 초부터 조국 전 장관 등의 부산 선거 차출론이 나올 때부터다.
박 비서관은 올 초 김태우 전 특감 반원 폭로 논란으로 조 전 장관 사퇴론이 제기되자 직접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당시 “저는 문재인 정부 첫 반부패 비서관으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 왔다”는 대목에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다.
그런 박 비서관이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마음고생을 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윤석열과 조국 사이에 낀 박형철’이란 이야기도 나왔다.
박 비서관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한 배경과 관련해서는 상반된 시각이 제기된다. 한쪽에서는 박 비서관도 결국 ‘윤석열 사람’이라는 게 드러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 비서관이 결국은 조 전 장관으로부터 돌아섰다는 해석으로까지 이어진다. 김태우 전 특감반원은 28일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인 ‘김태우TV’에서 김기현 울산시장 건과 관련 “청와대는 박형철 비서관의 양심고백과 검찰의 확실한 물증이 있는데도 정치사찰 첩보를 하명하지 않았다고 부인한다”고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박 비서관이 검찰 조사를 통해서 다 떠안고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 아니겠냐는 주장도 있다. 박 비서관이 잇달아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박 비서관이 공식으로 사표를 제출한 것은 아니지만 사의 표명을 한 것은 맞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후임 검증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