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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열이형" 불렀던 박형철, 검찰서 "조국이 감찰무마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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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이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부터 확보한 진술로 인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물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국, 전화 너무 많이 온다고 해 #김기현 첩보는 백원우가 만들어” #백원우 한때 박형철에 출마 권유 #청와대 “박 비서관 사의 표명”

세 사람은 조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했을 당시부터 함께 한 원년 멤버들이다. 이들이 민정수석실 고유의 업무랄 수 있는 ‘감찰’ 때문에 서로 얽혀들었다.

지난 5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차를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왼쪽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연합뉴스]

지난 5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차를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왼쪽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연합뉴스]

박 비서관은 먼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박 비서관은 감찰을 놓고 원칙대로 수사 의뢰 입장을 표명했지만, ‘조 전 장관이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고 한 뒤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이후 백 전 비서관이 당시 유 전 시장이 금융정책국장으로 있던 금융위가 사표를 받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도록 의견을 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박 비서관은 최근에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청와대의 ‘하명’ 때문이란 의혹과 관련해 한 번 더 조사를 받았다. 박 비서관은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 근거가 된 첩보 문건을 백 전 비서관이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대통령 친인척 등에 대한 감찰 권한을 갖는 민정비서관실이 선거를 앞둔 시점에 야당(자유한국당) 출신 정치인과 관련된 비위 첩보를 생산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 비서관은 검찰에서 비교적 소상히 당시 행적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관심이 쏠리는 건 그가 ‘조국 민정수석실’ 원년 멤버일 뿐만 아니라 이들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 때문이다. 원래 박 전 비서관은 초반에만 해도 현 검찰총장인 ‘윤석열 사람’으로 분류됐다. 윤 총장과는 2013년 국정원 댓글수사팀에서 각각 팀장, 부팀장으로 지낸 사이다. 두 사람 다 윗선의 수사 개입 문제를 제기하다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박 비서관은 사석에서 윤 총장을 “석열이 형”이라고 부른다.

박 비서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되는 반부패비서관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이가 바로 조 전 장관이다. 그전까지 조 전 장관과 개인적 인연은 없었다고 한다. 박 비서관이 임명된 지 일주일 만에 윤석열 총장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되는 등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박형철 조합의 복귀를 애초부터 기획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치인 출신인 백원우 전 비서관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박 비서관에게 강남 출마를 넌지시 권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 초부터 조국 전 장관 등의 부산 선거 차출론이 나올 때부터다.

박 비서관은 올 초 김태우 전 특감 반원 폭로 논란으로 조 전 장관 사퇴론이 제기되자 직접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당시 “저는 문재인 정부 첫 반부패 비서관으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 왔다”는 대목에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9일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오른쪽)를 임명했다. 지난 12일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에 박형철 전 부장검사를 임명했다. 두 사람은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조사팀에서 함께 활약했다. 사진은 2013년 6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최종 수사결과 발표장에서의 모습.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9일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오른쪽)를 임명했다. 지난 12일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에 박형철 전 부장검사를 임명했다. 두 사람은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조사팀에서 함께 활약했다. 사진은 2013년 6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최종 수사결과 발표장에서의 모습. [중앙포토]

그런 박 비서관이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마음고생을 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윤석열과 조국 사이에 낀 박형철’이란 이야기도 나왔다.

박 비서관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한 배경과 관련해서는 상반된 시각이 제기된다. 한쪽에서는 박 비서관도 결국 ‘윤석열 사람’이라는 게 드러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 비서관이 결국은 조 전 장관으로부터 돌아섰다는 해석으로까지 이어진다. 김태우 전 특감반원은 28일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인 ‘김태우TV’에서 김기현 울산시장 건과 관련 “청와대는 박형철 비서관의 양심고백과 검찰의 확실한 물증이 있는데도 정치사찰 첩보를 하명하지 않았다고 부인한다”고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박 비서관이 검찰 조사를 통해서 다 떠안고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 아니겠냐는 주장도 있다. 박 비서관이 잇달아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박 비서관이 공식으로 사표를 제출한 것은 아니지만 사의 표명을 한 것은 맞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후임 검증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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