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종석 “정부, 금강산 건설·투자할 용기있는지 의문”

중앙일보

입력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제 속의 북한 경제:밀어서 잠금해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제 속의 북한 경제:밀어서 잠금해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 지시 관련해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갖고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정부)도 건설에 참여하고, (새로운 북측의) 구상을 맞추고 그에 따라 투자를 해서 같이가겠다고 하면 되는데, 현재 우리 정부가 그럴만한 용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종석 전 통일장관 출판 기념 간담회

이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제재속의 북한 경제, 밀어서 잠금해제’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철거 지시를 하며 남측과 합의하라고 말했다”며 “정부가 북측과 얘기해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데 제재가 해제될 때까지 기다려달라 하면 북한이 받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금강산 관광 사업의 이해당사자인 현대아산도 정부에 적극적으로 자신들 생각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강산 시설 철거 문제는 지난달 말 불거진 후 한달 째 정부와 북한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정부는 개별관광 등 ‘창의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북측은 별 다른 호응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장관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 북한 경제 관련해선, 지난해 4월 ‘경제발전 총력 집중’ 노선 채택 후 군사 중심에서 인민 경제로의 전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 보도에서도 과거 반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과감한 개혁지향적인 단어들이 나온다”며“최고지도자(김정은)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봤다.
그는 저서에서도 “북한이 경제 분야에서 최소한의 내부 발전 동력을 확보했고, 이로 인해 대북 제재의 충격이 북한 경제를 붕괴시키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을 굴복시켜 비핵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접근 방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원산갈마지구 건설 현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월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원산갈마지구 건설 현장 모습. [연합뉴스]

이 전 장관은 “북한이 고도성장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비핵화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선 비핵화-후 제재 해제’라는 리비아 방식은 실패한 걸 목격했기에 거부감이 크다”며 “아무리 고도성장이 중요해도 목숨(체제)와 맞바꿀지 모르는 일방적인 비핵화 조치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우리에게 ‘변화하지 않는 북한’이라는 이미지가 거의 고정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북한에서 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경제 변화가 발생하고 있기에 지금은 새롭게 북한을 이해해야 할 시점”이라며 “서방의 기존 대북정책 토대가 된 북한 이미지가 상당 부분 낡은 것이라 최근 변화의 실상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전 장관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경제 발전을 추구하더라도 군을 앞세우는 선군사상이 전제였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선 생산력 증대 중심의 사고를 하고 있는 게, 경제 발전관 자체가 달라졌다”며 “서방에서도 북한의 경제 발전 열망과 김 위원장의 개혁·개방 의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미국 등의 이해를 돕기 위해 외교부의 도움을 받아 영문판도 제작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경제 발전을 위한 일부 개혁·개방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한편으론 금강산 시설 전격 철거 지시, 창린도 해안포 사격 등 정치적인 도발 패턴은 예전 그대로이기도 하다. 이 전 장관은 이런 지적에 대해선 “북한이 과거 남북 간 관계가 경색되고 긴장이 고조될 때 휴전선 또는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벌였던 행위와 비교해 볼 때 지금은 한반도 안보 상황에 심각한 위협은 아니다”며 “최근 북한의 도발이 기분은 나쁘긴 하지만 전체적인 위협 수준 면에선 많이 낮아져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한편 '제재 속의 북한 경제, 밀어서 잠금해제'에는 이 전 장관과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김영희 KDB 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