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대책 없는 교통 통제에 시민 불편 가중...주차장 된 해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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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부터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 일대는 극심한 교통정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지난 25일부터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 일대는 극심한 교통정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26일 오전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앞두고 부산 벡스코 인근 도로가 통제됐다. 버스에 탄 시민들은 1시간가량 버스에 갇혀 있어야 했고, 자가용을 탄 시민들이 울려대는 경적에 해운대 일대는 한동안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부산시와 경찰이 마련한 교통 대책이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운대 거주 시민 “40분 거리 1시간 30분 걸려” #부산시·경찰 마련한 교통대책 허술 #우회로 부족·자율2부제 효과 미비로 교통대란

이날 오전 9시 10분에 해운대 반여동에서 100-1번 버스를 탄 이모(44)씨는“벡스코 입구 삼거리에서부터 차량 진입이 통제돼 버스가 1시간가량 도로 위에 서 있었다”며 “4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정상회의를 위해 부산시와 경찰은 오전 8시부터 APEC로와 센텀3로를 통제했다. 버스정류장 5개소도 임시 폐쇄했다. 올림픽교차로 환승센터를 지나야 목적지를 갈 수 있는 시민들의 발이 꽁꽁 묶였다. 도로 통제는 이날 오후 1시까지 이어졌다. 센텀 일대의 도로 통제 여파는 해운대해수욕장까지 이어져 해운대 일대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부산시와 경찰은 지난 23일부터 탄력적으로 도로 통제를 하고 있지만, 통제 시간을 모르는 시민들은 불편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해운대 반여동에 사는 박수정(16) 양은 “해운대고 옆에 있는 교회를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평소 40분이면 갈 거리를 2시간 걸려서 도착했다”며 “도로 통제를 언제 하는지 몰라 마냥 버스 안에서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시민들 가운데에는 창문을 내리고 경찰에게 우회도로를 물어보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해운대 일대 교통 대란은 부산시와 경찰의 허술한 교통 대책에서 빚어졌다. 부산시는 정상회의를 대비해 △교통 통제 △버스 우회 운행 △자율 2부제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우회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출퇴근 길에 극심한 정체 현상이 이어졌다. 자율 2부제를 실시했지만, 홍보 부족으로 시민들의 참여율은 저조했다.

부산시는 경찰청·해운대구청과 함께 교통총괄상황실을 운영했지만,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5일 오전 롯데호텔에서 머문 4개국 정상이 벡스코로 이동하기 위해 광안대교 상판을 30분 동안 통제했지만, 부산시는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경찰 측이 경호 문제로 통제 사실을 시에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출근길에 광안대교를 이용하려 했던 시민들은 30분가량을 꼼짝없이 도로 위에 갇혀 있어야 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각국 정상들의 이동 동선은 경호 문제로 보안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26일 오후부터 일부 참가국이 출국함에 따라 도로 통제가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지난 25일부터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 일대 도로통제 상황. [사진 부산시]

지난 25일부터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 일대 도로통제 상황. [사진 부산시]

부산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교통 통제 상황을 안내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운대 주변에 거주하거나 이동하려는 시민들은 홈페이지에서 도로 통제 상황을 먼저 확인할 것을 당부드린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교통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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