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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FA 개선, 선수협 vs KBO 또 평행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프로야구 FA 제도 개선 등 규약 변경안을 놓고 프로야구선수협회와 KBO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뉴시스]

프로야구 FA 제도 개선 등 규약 변경안을 놓고 프로야구선수협회와 KBO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뉴시스]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제도 개선을 포함한 규약 변경안을 놓고 선수노조 성격의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와 10개 구단을 대리해 협상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또다시 충돌했다.

보상 완화 동의, 재자격 단축 이견 #합의 안 되면 최저연봉 인상 못 해

정금조 KBO 운영본부장은 “오는 28일 KBO 이사회(구단 사장 회의)에 규약 변경안을 보고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선수협이 개선안을 거절했으니 또 언제 논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25일 밝혔다. 선수협은 24일 이사회(선수 대표 회의)를 열어 KBO와 실행위원회(구단 단장 회의) 제안을 수용할지를 상의했고, 결국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핵심은 FA 등급제와 보상안이다. FA 등급제란 해당 선수의 직전 3년 연봉과 팀 내 연봉 순위를 고려해 FA를 A, B, C등급으로 분류하는 제도다. 이 등급에 따라 해당 FA를 영입하는 팀은 원소속팀에 보상 선수와 보상금을 낸다. KBO 제안은 A등급은 보호 선수 20명 외 1명과 전년 연봉의 200%, B등급은 보호 선수 25명 외 1명과 전년 연봉의 100%, C등급은 전년 연봉 100% 보상 등이다.

FA 등급제가 시행되면 선수 이적이 활발해진다. A등급만 현행 제도와 똑같은 보상이고, B, C등급은 보상 부담이 적어져 계약 가능성이 커진다. 선수협도 FA 등급제에는 동의한다. 선수협과 KBO는 각 등급 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A등급이 많아지면 FA에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든다. 선수협은 B등급을 늘려달라고 주장한다.

두 번째 쟁점은 FA 자격 재취득 기간이다. 현재는 FA 계약을 했던 선수는 4년 뒤 다시 FA가 된다. 이는 일본 프로야구 규약과 같다. 반면 메이저리그(MLB)의 경우 1년 계약이면 1년 후, 10년 계약이면 10년 후 다시 FA가 된다. 선수협은 KBO리그도 MLB처럼 계약 기간 종료 후 자격 재취득을 주장한다. 이에 대해 KBO는 “일부 고액 FA에게 유리한 제도”라며 맞서고 있다. 경쟁력 있는 FA는 잦은 계약을 통해 계약금도 받고, 연봉도 올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KBO가 제시한 개선안에는 FA 자격 연한을 9년에서 8년(대졸 선수는 8년에서 7년)으로 줄이는 것과 최저 연봉(2700만원) 인상도 포함됐다. 선수 대부분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만, 선수협이 거부했다.

협상은 개선안의 모든 내용을 양측이 다 받아들여야 성사되는 ‘패키지딜’이다. 선수협과 KBO는 지난해에도 같은 형식으로 개선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FA 상한제(4년 기준 80억원)를 제시한 KBO 안을 선수협이 거부해 추가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는 FA 상한제 대신 FA 등급제를 놓고 협상에 나섰지만, 이 역시 선수협이 거부했다.

아직은 협상의 결렬을 확정 짓기는 이르다. 선수협은 저연봉 선수에게 유리한 조건을 2년 연속 거부하기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이는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FA 시장은 지난해보다 더 얼어붙었다. 경기침체로 구단들이 2군 선수 일부를 정리하는 등 비용을 줄이는 추세다. 선수협과 KBO가 언제까지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만도 없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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