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이 ‘야 임마, 이 자식아’ 하다가 존댓말 쓰니까 아주 불편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나도 ‘원장님’ 하기 간지러워. 그래도 이게 다 유튜브 방송이다 보니까.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독채 주택을 개조해 만든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스튜디오. 지난 20일 오후 이 곳에서 유튜브 방송 ‘의사소통TV’ 촬영이 한창이었다. 의사소통TV는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지난 11일 첫 선을 보인 정치 예능이다.
이날 김 의원은 의사소통TV의 ‘여권 잠룡’ 릴레이 방송 세 번째 주자로 나왔다. 양 원장은 “부겸이 형이 나와 비슷한 기질이 있어 녹화가 재밌을 것”이라고 현장을 소개했다. “짝!” 내과 전문의인 김현지(33)씨가 흰 가운을 입고 나와 머리 위 손뼉을 치자 캐논(EOS 5D) 카메라 5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김씨는 정치 이슈를 질병의 치료·처방에 빗대 풀어가는 진행자 역할이다.
지방간·전신 타박상…"처절" "죽기살기"
“알콜 과다 흡입증으로 지방간이 좀 있을 거고요. 지역구(대구)에서 매를 많이 맞아 전신에 멍이 많이 들었습니다.” 김 의원이 증세를 호소하자 자연스레 내년 총선을 앞둔 대구·경북(TK) 지역 민심이 화제가 됐다.
‘VIP 전담 사무장’으로 출연한 양 원장은 “우리 당의 전통적 험지인 동부벨트, 그 중에서도 TK를 계속 지키고 도전하는 아름다운 노력을 한다”고 김 의원을 추켜세웠다. 그러자 김 의원 답이 이랬다. “원장님 표현이 아름다운데, 아름답지 않습니다. 처절합니다. 별로 지원도 안해주실 모양인데….”
김 의원은 “농구에 ‘올 코트 프레싱(All court pressing)’이란 말이 있듯 내년 총선은 ‘죽기살기’로 해야 된다”고 말했다. “양극화에서 오는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은 집권당인 우리 책임”이라며 “신자유주의나 다른 정권 책임이라고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책임감만큼 자신감이 커졌단 사실도 고백했다. “예전엔 면전에서 명함을 찢는 유권자에게 ‘그 정도 하시라’ 웃고 넘어갔다. 그런데 이젠 너무한다 싶어 ‘제가 부모 죽인 원수입니까’하고 물어본다”고 말하면서다.
양정철-김부겸 ‘찰떡 호흡’ 과시
두 사람은 시종일관 옥신각신했다. 김 의원이 행정안전부 장관 시절 KTX 내 ‘갑질 승객’에 맞선 사연이 소개되자 양 원장은 “형님이 욱하는 성격이 있다”고 말을 흘렸다. 김 의원은 “이해찬 대표님한테 배운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양 원장이 “(TK 총선에서) 지난 지방선거 때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이끌 것”이라고 하자 김 의원은 “지금 실세가 겁주는 거냐”고 농담했다. ‘문재인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 원장이 이번 총선의 인재 영입과 정책 공약 개발과 관련해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알려진 상황을 에둘러 꼬집으면서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촬영 말미에는 큰 웃음이 터졌다. 김 의원의 “우리 양 원장” 발언이 계기였다.
▶양 원장=사석에서는 부겸이 형께 하소연을 많이 합니다. 형님도 편하게 야단도 치고 조언도 해주시고.
▶김 의원=민심을 듣기 위해선 정당이 살아있어야 합니다. 우리 양 원장께서도 뭐 좀 ‘설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그래도 밥값 하셨나요.
▶양 원장=지금도 매일 두들겨 맞고 있습니다.
▶김 의원=그러니까 이런 얘기는 필요하죠. 너무 설치지는 마세요~.
2030 겨냥…홍대 느낌 '정치 예능'
의사소통TV 형식과 내용은 양 원장이 직접 기획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5월) 연구원장 올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21일 방영)와 김영춘 의원(26일 방영 예정)이 촬영했다. 19대 대선 때 문 대통령 캠프 자원봉사를 했던 영상 제작팀이 민주연구원과 새 계약을 맺고 촬영·편집한다. 2030 시청자 눈높이를 맞추고자 딱딱한 당 내 촬영장 대신 홍대 인근 통유리 스튜디오를 골랐다.
촬영이 끝나고 차를 마시며 김 의원은 “우리 정부가 뭐니뭐니해도 국민 가슴에 가장 상처를 준 것은 부동산”이라고 했다. 주52시간·탈원전 등 현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해 “주무 장관들이 국민 이해를 충분히 이끌어내는 설명을 하지 못해 아쉽다”고도 지적했다. 이날 녹화장에서 내과 전문의는 김 의원이 “중환자실 입원 수준의 진지병”에 걸렸다는 최종 진단을 내렸다. 의사소통TV 김 의원 편은 다음달 1일쯤 업로드된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