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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이틀 연속 靑앞서 철야농성…한국당 24일 비상의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나흘째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자리에 누워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뉴시스]

나흘째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자리에 누워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주말인 23일에도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나흘째 단식을 이어갔다.

이날 단식 4일 차에 접어든 황 대표는 그동안 낮에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밤에는 국회를 오가며 단식을 이어가다가 전날 밤 처음으로 청와대 앞에서 텐트를 치고 철야 농성을 했다. 황 대표의 텐트는 청와대로부터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설치됐다.

한국당 공보실에 따르면 “황 대표가 청와대 앞 철야 단식을 완강히 원해 사랑채 앞에서 밤을 보내게 됐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청와대 앞을 단식 장소로 잡았다가 대통령 경호 문제로 천막 설치가 불허되자 낮에는 청와대, 밤에는 국회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단식 농성을 해왔다.

그러나 이날은 국회로의 ‘복귀’를 거부하고 청와대 앞으로 옮겨 철야 농성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저녁 잠시 몸을 눕히거나, 농성장 주변을 걸으며 지지들과 인사하기도 했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말을 아낀 채 고개만 끄덕이거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가 연기됐지만,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철회가 이뤄지지 않는 한 단식을 접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당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 이인영,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함께 미국을 방문했던 나 경원 원내대표는 귀국 직후인 이날 오전 6시께와 오후 5시께 두 차례에 걸쳐 농성장을 찾아 여야 협상에 나설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나경원(오른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인 황교안 대표를 찾아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오른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인 황교안 대표를 찾아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나 원내대표는 황 대표에게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의 경우 ‘절차 위반’이라고 지적해도 민주당은 상관없이(처리)하겠다고 해 협상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나 원내대표는 방미 결과를 설명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로 신뢰를 잃어버려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미관계에 안 좋은 기제로 작용할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에 대해 “(한국당이) 자랑하면 안 될 것 같다”며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점과 팩트를 정확하게 국민께 전해줘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이날 단식 농성장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 전광훈 목사, 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이 찾아 황 대표를 격려했다.

23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전 시장은 황 대표의 건강에 우려를 표했고, 황 대표는 “전 괜찮다. (오 전 시장이) 힘든 데서 고생하고 계신다”며 “에너지가 빠진다고 말을 하지 말라고 하니 말을 아끼겠다. 바쁜데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이어 “제가 했던 말이나 보도된 것은 너무 괘념치 마시라”며 “다 잘 되자고 하는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오 전 시장은 황 대표의 단식돌입 전날인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의원이 차려준 밥상도 걷어차고 타이밍도 놓치고 기회를 위기로 만드는 정당”이라며 황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한 바 있다.

이에 황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목소리로 “저를 위해 여기까지 나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서울 광진을을 놓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경쟁을 펼치고 있는 오 전 시장에게 “힘든 곳에서 고생하신다”고 격려했다.

또한 황 대표는 나 원내대표의 두 번째 방문에서 “매일 한 시간씩 걷다 오는데 저는 아직 괜찮다”며 “그런데 이런 식으로 체력을 계속 소모하면서 단식을 하면 오래는 못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오후 중 황 대표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황 대표의 몸 상태 등을 고려해 일정을 취소했다고 한국당 관계자가 전했다.

한편 한국당은 24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비상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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