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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 동생 불법 취업한 SM그룹, 주목받는 文 정부와의 인연

중앙일보

입력

호남 기반 중견기업 SM그룹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동생 문재익(60)씨와 이낙연 국무총리 동생 이계연(59)씨를 영입해 주목받았다. 문씨는 케이엘씨SM 선장, 이씨는 SM삼환 대표이사가 됐다.

행정부 권력 서열 1·2위의 친동생을 영입한 SM그룹은 공교롭게도 이후 사세가 크게 확장됐다. ‘권력자 가족을 채용한 덕이 아니겠냐’는 의심이 나오던 중 이계연씨가 18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취임 1년 반만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동생인 이계연 전 SM삼환 대표이사.

이낙연 국무총리 동생인 이계연 전 SM삼환 대표이사.

하지만 이씨의 취업 자체가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이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SM그룹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21일 SM그룹과 정부의 관계를 두고 “수상해도 너무 수상하다”(이창수 대변인)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①불법 취업한 총리 동생
삼성화재·한화손해보험 등을 거쳐 공공기관인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다 2016년 8월 퇴직한 이씨는 지난해 6월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제안으로 건설 분야 계열사인 SM삼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0여년간 보험업에만 종사한 이가 건설사 대표가 된 이례적 경우라, 업계에선 논란이 됐다.

그런데 취업 자체가 불법이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실이 입수한 서울중앙지법 결정문에 따르면, 이씨는 취업 심사 대상자가 퇴직일로부터 3년 안에 재취업할 경우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하게 돼 있는 공직자윤리법(제18조)을 어긴 채, 신고 없이 퇴직 22개월 만에 SM삼환 대표로 재취업해 지난 10월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곽상도 의원은 “신고를 할 경우, 취업제한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예 신청 자체를 하지 않는 편법을 쓴 것 아니냐”고 말했다.

②공공 수주, 정부 지원 급증
불법 취업에 앞서 주목받았던 건 SM그룹의 성장세다. 연간 공공 수주 1000억원, 2017년 기준 총매출액 2660억원이었던 SM삼환은 이계연씨가 대표로 취임한 지 석 달 만에 3000억원에 이르는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이씨가 지난해 10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직접 밝히면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고속국도 제29호선 안성~성남 간 건설공사 7공구 프로젝트(1620억원대)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후의 관급 수주액은 각 정부부처가 의원실 요청에도 공개하지 않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야권은 “3개월 만에 3000억원대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수주액을 숨기지 말고 밝혀야 한다”고 했다.

공공 수주뿐 아니라 보조금 등 정부 지원도 늘었다. SM그룹에는 대한해운 등 선사(船社) 3개가 있는데,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진흥공사로부터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360억원을 지원받았다. 진흥공사가 지원한 전체 선사는 총 28개로 전체 1조4465억원 규모다. SM그룹이 전체 지원액 중 약 9.4%를 가져간 셈이다.

모기업 SM그룹은 문 정부 들어 재계 서열이 크게 뛰었다. 2017년 46위→2018년 37위→2019년 5월 35위다. 자산 규모도 2017년(7조원)→2018년(8조6000억원)→2019년(9조8000억원)으로 해마다 상승세다.

③얽히고설킨 인연
대규모 지원을 한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황호선 사장이 문 대통령의 경남고 25회 동기여서 “인맥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도 야권에서 나온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 9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해수부 장관이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고 반박한 일도 있다.

그럼에도 황 사장과 문 대통령의 인연이 각별한 건 맞는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황 사장은 2012년 문재인 대선 캠프 부산선거대책위원장, 2014년 지방선거 새정치민주연합 사상구청장 후보, 2018년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냈다. 또 한국해양대 78학번인 문재익씨와 문성혁(77학번) 해수부 장관, 남기찬(80학번)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선후배 사이로 엮여있다.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육군 30기계화보병사단에서 SM그룹 우오현 회장이 사단장과 함께 오픈카를 타고 장병들을 열병하고 있다. 이날 열병식은 장병들을 동원해 민간인에게 군 장성급 대우를 하는 등 과도한 의장 행사를 진행했다는 비판과 명예 사단장 임명이 훈령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국방일보 기사. [연합뉴스]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육군 30기계화보병사단에서 SM그룹 우오현 회장이 사단장과 함께 오픈카를 타고 장병들을 열병하고 있다. 이날 열병식은 장병들을 동원해 민간인에게 군 장성급 대우를 하는 등 과도한 의장 행사를 진행했다는 비판과 명예 사단장 임명이 훈령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국방일보 기사. [연합뉴스]

우오현 SM그룹 회장도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 중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올해 9월까지 최소 7차례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했다. ‘청와대 단골손님’이다. 그런 한편 우 회장은 지난해 11월 육군 30기계화보병 사단의 ‘명예 사단장’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국방부 훈령에 따르면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명예 계급은 대령까지인데, 사단장은 2계급 높다. 우 회장은 지난 12일 투스타 견장을 달고 육군 사열을 해 논란이 있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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