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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지소미아 종료···청와대 NSC 입장은 '105자 한 문장'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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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1일 정의용 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종료 시한(23일 0시)이 다가온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해 논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국회 출석 문제 등으로 이례적으로 오전에 상임위를 열었지만, 결과를 알리는 보도자료는 오후 4시 20분에야 나왔다. 자료에 담긴 내용은 정 실장이 주재했다는 것 외엔 “상임위원들은 한·일 간 현안 해결을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검토하고 주요 관계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였다”는 105자짜리 한 문장이 전부였다. 이는 그만큼 청와대가 나름대로는 고심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의 입장은 되려 외부에서 흘러나왔다. 강경화 장관은 이날 NSC 상임위 참석 후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가 있지 않은 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내일 종료된다. 끝까지 노력하겠지만, 우리 입장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왼쪽)이 21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찾아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왼쪽)이 21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찾아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3시 40분쯤 청와대 앞에서 단식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찾았는데, 지소미아 관련 사항은 여기서 좀 더 자세히 나왔다. ’지소미아 파기 철회’는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내용의 선거법 철회와 함께 황 대표의 세 가지 요구 사항 중 하나다.

▶황 대표=“대통령께 제 말씀 잘 전해달라.”
▶강 수석= “그렇지 않아도 오후에 NSC 여는 날인데 오전에 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과 협의를 하는 중이다. (문 대통령이)‘국익 관련된 문제고 마지막까지 지소미아 문제를 포함해 한·일 관계의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려라’고 하셨다.”
▶황 대표=“정말 어려운 결정이더라도, 국민 위한 결정 해주시면 좋겠다.”
▶강 수석=“김현종 안보실 2차장도 미국을 다녀오고, 또 다른 외교부 라인은 마지막까지 일본하고 대화하고 있다. 아베 정부 입장에선 완전히 ‘백기 들어라’는 식으로 이번 기회에 굴복시키겠다는 태도라 진전이 정말 안 되고, 살얼음 걷듯 어렵게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 노력 중인데, 협상 진전이 없으면 내일은 어려워질 것 같다.”

강 수석은 대화 말미 “종료되지 않는 쪽과 종료가 불가피한 쪽 두 쪽을 열어두고 대화하고 있다”고 했지만, 일본의 입장 변화가 없는 상태라 사실상 종료 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일본에서 “아베 총리는 이른바 ‘문희상 의장 안’(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로 조성한 기금을 통한 배상안)을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아베 총리의 발언은 공개적일 자리에서 나온 게 아닌 것으로 (보도를) 봤다. 어떤 의미인지, 실제로 발언을 했는지 등은 답하거나 추측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즉, 아베 총리의 입장이라는 게 공식 반응이 아닌 일본 언론의 보도일 따름으로, 정부가 접수한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는 의미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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