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의 혼란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CNN은 “볼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래 지금까지 적어도 31명이 사망했으며 시위는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볼리비아 임시정부가 "멕시코로 망명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는 시위대에 도시 봉쇄를 지시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임시정부를 이끄는 아르투로 무리요 행정장관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모랄레스가 지지자인 농민단체 대표와 통화하는 모습이 담겨있다며 한 영상을 공개했다.
한 남성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이 담겨있는 2분짜리 영상이다. 모랄레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임시정부 측은 “목소리를 들으면 모랄레스란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상을 보면 “사람들을 모으되 여러 그룹으로 나눠서 움직여라” “도시에 음식이 들어올 수 없게 봉쇄하라”고 지시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임시정부 측은 “그가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며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영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남성조차 앞모습이 나오지 않아, 그 진위가 논란이 되는 상황이다.
볼리비아의 시위는 지난 10월 열린 대선에서 부정 개표 논란이 일며 촉발됐다.
4선 연임에 도전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이런 논란에도 승리를 주장하자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거리로 나왔다. 연일 계속되는 시위에 모랄레스는 지난 10일 결국 퇴진을 발표하고 멕시코로 망명했다.
그러나 모랄레스의 망명에도 혼란은 가라앉지 않고 외려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농민과 원주민을 중심으로 한 그의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와 도시를 봉쇄하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이들은 모랄레스의 복귀와 자니네 아녜스 임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군의 폭력적인 진압에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어 국제적인 비난도 일고 있다. 또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시위로 수도 라파스의 시민들은 극심한 연료난과 식량난도 겪고 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멕시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내 원주민 형제들에 대한 학살을 멈춰야 한다”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아녜스는 조속히 대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