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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이익 안 나면 버린다"···대한항공 구조조정 들어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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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 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 한진그룹]

 “이익 안 나면 버려야 한다.”
조원태(44) 한진그룹 회장의 말이다. 조 회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항공 산업에 주력하면서도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경영 상황이 있는 것을 지키기도 어려운 환경”이라며 “대한항공이 전체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정리할 것이 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지난 4월 별세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5월 그룹 총수에 올랐다. 재계에서는 지난 17일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기일 이후로 예정된 정기 인사를 통해 조 회장이 점진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경영권 방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조 회장은 아버지의 유훈에 따라 법정 상속 비율대로 지분을 나눈 것이라며 “혼자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다. 선친의 뜻에 따라 형제끼리 같이 잘 지낼 것”이라고도 말했다.

항공산업이 요즘 어렵다. 다른 미래 산업도 생각하나.
“항공운송사업과 그와 관련된 사업만 관심이 있다. 대한항공이 주축이고 그것을 서포트(지원)하는 사업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항공운송과 제작, 여행업, 호텔 등이 포함되고 그 외에는 별로 생각이 없다.”
 어려운 만큼 개혁이나 긴축경영 가능성도 있나.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 연말 내에는 할 것이다. 구조조정을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으나 이익이 안 나면 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비용구조 개선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이어 지난 9월부터 기종 변경을 통해 일본 노선 공급 조정에 들어갔다. 기존 비행기를 소형기로 대체해 좌석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전날 대한항공은 9월부터 부산~삿포로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1]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이어 지난 9월부터 기종 변경을 통해 일본 노선 공급 조정에 들어갔다. 기존 비행기를 소형기로 대체해 좌석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전날 대한항공은 9월부터 부산~삿포로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1]

 내년 항공업 전망은.
“내년엔 경제가 굉장히 안 좋을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이나 한일관계 등이 쉽게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 환경도 어수선하고 내년 성수기 걱정을 상당히 하고 있다. 비용 절감을 구체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외에도 가능하다면 다른 조인트벤처도 모색 중이다. 우리도 하고 싶고, 상대도 하고 싶어 하는 데가 많은데 국내법상 한계가 있어 주저하고 있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한진칼 지분은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장남 조원태 회장이 2.32%에서 6.46%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29%에서 6.43%,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2.27%에서 6.42%,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0%에서 5.27% 등으로 바뀌었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다. 이어 일명 ‘강성부 펀드’인 KCGI(15.98%), 미국 델타항공이 10%의 순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분을 나누는 것은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충실하기로 삼 남매가 같이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법정 상속 비율대로 나눴다.
“협조해서 해 나가라는 선친의 뜻을 고려한 것이다. 가족 간 협력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어머님이 계시는데 그냥 우리(삼 남매)끼리 나눠 갖자는 말을 못 하겠더라. 법정상속 비율대로 하자고 해서 한 것이고 혼자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다. 제가 어머님을 평생 모시겠지만, 형제끼리 같이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
 조 전 회장의 지분 상속에 따른 상속세는.
“지금 몹시 어렵다. 1차분까지는 좀 넣었는데, 나는 소득이라도 있지만 다른 사람(가족)은 소득도 없어서 힘들어하고 있다.”

조 전 회장의 지분 상속에 따른 상속세는 2700억원으로 추정된다. 조 회장을 비롯한 유족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5년 동안 총 6번에 걸쳐 상속세를 나눠 낼 것으로 알려졌다.

 델타항공은 경영권 방어와 관련해 우호 지분인가.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들어온 것이지 우리랑 논의한 적은 없다. 내년 3월(정기 주주총회)이 되면 알 것 같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반기를 들지는 않지 않겠나.”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결정됐다. 향후 대한항공에 미칠 영향은.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기존 경쟁 구도가 그대로 갈 것 같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좋아질 테니 우리도 빨리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항공시장이 경제지표보다 6개월 빨리 간다. 대한항공의 실적 회복 전망 시점은 내후년 초에나 가능할 것 같다.”
국내 항공시장이 개선되려면 뭐가 선행돼야 할까.
“대한민국에 항공사가 9개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미국이 9개다. 제일 작은 항공사도 대한항공보다 클 텐데 좁은 시장에서 9개가 싸우고 있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싼 가격에 대한 이점 말고는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이 힘들어진 게 항공사가 많아지면서 시장 질서가 흐려진 측면이 있다고 본다. 우리도 장거리 노선이 많아서 버티지만, 단거리는 다 적자다.”
대한항공은 근속 만 2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자기계발, 가족돌봄, 재충전 등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단기 희망휴직 제도를 시행한다.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근속 만 2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자기계발, 가족돌봄, 재충전 등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단기 희망휴직 제도를 시행한다. [사진 대한항공]

조 회장은 미국 내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밴 플리트 상 수상자로 고(故) 조양호 회장과 미국 보잉사를 선정하면서 20일 맨해튼에서 열리는 수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을 찾았다. 밴 플리트 상은 미8군 사령관으로 한국전쟁에 참여하고 지난 1957년 코리아소사이어티를 창립한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1995년 제정한 상이다. 매년 한미관계에 큰 공헌을 한 인물이나 단체에 상을 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4월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대한항공이 밝혔다. 항년70세이다. 1949년 대한항공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조양호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한진그룹 회장과 대한항공 회장 등 을 역임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7월 31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에 선임된 조 회장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0차 위원총회 후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뉴스1]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4월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대한항공이 밝혔다. 항년70세이다. 1949년 대한항공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조양호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한진그룹 회장과 대한항공 회장 등 을 역임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7월 31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에 선임된 조 회장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0차 위원총회 후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뉴스1]

밴 플리트 상 수상 소감은.
“아버지가 받으셔야 하는데 대신 받아 안타깝다. 굉장히 영광스러운 상이고 감회가 뜻깊다. 특히 아버지가 미국을 많이 사랑하셨고, LA에 호텔을 지을 때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직접 결정하고 열정을 쏟으셨다. LA가 제2의 고향이었다. 젊을 때 LA에 산 적도 있고 해서 그러셨던 듯하다. 그런 뜻깊은 상을 대신 받게 돼서 영광이다.”
 한진의 미래는.
“할아버님께서 처음 만드실 때부터 지키신 소명이 운송 물류업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자는 것이었다. 주력인 항공에만 집중할 것이다.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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