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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노동, 이젠 다른 사람이 대신해주는 시대…육아 도움 서비스 주문도 27배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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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누군가가 대신 설거지와 빨래를 해주고, 아이를 돌봐준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최근 가사 노동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들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초 쓰레기 버리기, 동네 카페 음료 배달 등 소소한 가사 노동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로 출발한 '김집사'는 최근 6개월간 매출이 700% 성장했다. 김집사의 최우석 대표는 "올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매출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동기 대비 20배 이상 매출액이 늘었다"고 밝혔다. 주문 건수는 한 달에 2만5000건. 주로 근처 음식점의 음식 배달, 동네 카페의 음료나 마트·편의점의 생활용품 배달이 많다. 김집사의 이름을 알린 '쓰레기 버리기'는 전체 주문 수의 10%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가사 노동 중 하나인 설거지. [중앙포토]

대표적인 가사 노동 중 하나인 설거지. [중앙포토]

이뿐만이 아니다. 세탁을 대행해주는 '세탁특공대' '런드리고', 청소 도우미 서비스인 '미소' '청소연구소'는 주부를 포함한 30~40대 여성들 사이에서 휴대폰에 꼭 깔아 놓아야 하는 앱이 됐다. 김집사의 최우석 대표는 "얼마 전 소비자 간담회를 했는데, '2000~3000원(동네 카페 커피 배달 비용)으로 30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하더라"며 "가사에서 벗어나 자신의 시간을 조금더 활용할 수 있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올해 가사 서비스 결제 3배 늘어 #가장 이용 증가 많은 건 '요리'와 '육아' #"편리한 게 최고"…'편리미엄' 트렌드 확산

실제로 최근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이 지난 3년간(2017년 1월~2019년 10월) '가사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가맹점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 콘텐츠팀의 이용욱 팀장은 "많은 사람이 가사 노동을 대신해주는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은 성장 단계이지만 세대를 가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모두 결제 건수와 금액이 증가하는 것을 볼 때 향후 사용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조사는 육아·청소·요리·세탁의 4가지 분야로, 주로 모바일 앱으로 서비스를 주문하고 주문·결제까지 가능한 20개 업체를 대상으로 했다.
먼저 서비스 결제 건수는 지난해 동기대비 3.4배가 증가했다. 결제금액 역시 2017년 19억7831만원에서 올해 62억1038만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이 팀장은 "돈을 지불하고 외부 업체의 가사 서비스를 구매해 집안일을 대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현대카드 가사노동 서비스 분석. [사진 현대카드]

현대카드 가사노동 서비스 분석. [사진 현대카드]

우리나라 가사 서비스 시장 규모는 7조5000억원(2017년 통계청)에 달한다. 업계에선 이보다 큰 12조원 규모로 추산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무급 가사 노동의 경제적 가치 규모는 360조7300억원 수준이다. 가족 구성원이 이를 분담해 해결하고 있지만, 만약 돈을 지불해야 한다면 이만큼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최근 발간한 트렌드 전망서 『트렌드코리아 2020』에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가사 대행 서비스가 대중화된 현상을 '편리미엄'이란 말로 설명했다. '편리성'과 '프리미엄'을 합친 신조어로, 편리한 것이 곧 프리미엄이라고 생각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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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증가율이 가장 많이 늘어나고 있는 분야는 요리와 육아다. 현대카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9972만원에 그쳤던 요리 관련 앱 결제액은 올해 9억8091만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육아의 경우 전체 결제 비용은 적은 편이지만, 결제 건수가 27배 이상 늘었다.
가장 많은 이용자층은 30대 여성이다. 결제 금액 기준으로 올해 가사 대행 서비스를 사용한 30대가 50.0%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40대(28.0%)가 많았고, 50대(9.8%)와 60대(2.29%)는 수가 적었다. 하지만 50대의 경우 매년 사용량과 사용 금액이 증가해, 빠른 속도로 가사 대행 서비스에 대한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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