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한 소련 한인가무단장|강 보리스 페트로비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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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1월 중앙일보사로부터 초청 받은 이래 흥분과 기대에 차서 내한 공연 단을 뽑고 작품을 준비하며 손꼽아 기다려온 한국 땅에 마침내 발을 딛고 선 이 기쁨을 어떻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서울올림픽 1주년 기념 범 한민족체육대회의 문화행사에 참가하는 소련한인가무단 40명 일행의 단장으로서 할아버지(함북출신)의 나라에 온 강 보리스 페트로비치 국립조선 음악 희곡극장장(54).
알마아타 아리랑가무단·타슈켄트 청춘가무단과 고려악단으로 이뤄진 소련한인가무단은 27일의 전국민속경연대회 전야제 행사(창원 KBS홀)에 이어 서울세종문화회관(29일)·부산KBS홀(10월2일)·대구시민회관(10월4일)·전주전북학생회관(10월 6일)무대에도 서는데『우리 춤과 노래의 원형에서 변한 점이 많을 것』이라는 게 강단장의 걱정이다.
지난 32년 블라디보스토크의 신한 촌에 세워진 조선극장은 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에 의해 알마아타로 옮겨졌는데 처음에는 산하에 극단만 두고 있었으나 이어 아리랑가무단과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메아리 실내악단도 생겼다고. 현재는 극장건물을 다른 소수민족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어 독립된 극장을 세우기 위한 설계를 끝내고 6백만 루블의 정부 예산도 확보했다.
그러나 공연예술인들에 대한 언어교육과 민속자료 및 희곡 등의 작품을 구하는 일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특히 카자흐대학내의 조선배우학교에서는 8∼9년마다 학생을 뽑아 스타니슬라브스키 연기 법 중심으로 교육시켜 조선극장으로 보내주지만 젊은 배우들이 한국말과 글을 몰라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다. 또 한국어를 모르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고있어 극장에서는 리시버를 통해 동시통역을 해야하는 형편이라며『한국과의 문화교류가 계속되지 않는 한 소련의 한인들은 한국식 성과 얼굴밖에 간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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