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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실수로 전과목 0점"…3과목 한번에 보는 수능 4교시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202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14일 치러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한 수험생이 4교시 답안을 잘못 수정하는 단순 실수로 0점 처리된 사실이 알려지자, 수능 4교시 시험방식에 대한 불만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수능 때도 부정행위자 147명 4교시에 #교사들 "학생 입장에 맞게 시험방식 바꿔야" #교육부 "수험생 고충 해결할 개선책 고민"

교사와 수험생들에 따르면 수능 4교시는 유독 응시요령이 까다롭다. 현행 수능에서 1~3교시는 각각 국어·수학·영어 한 과목씩 치르지만, 4교시는 한국사와 탐구영역 2과목까지 한꺼번에 시험을 치기 때문이다. 4교시의 경우 OMR 카드 한 장에 모든 과목의 답안을 작성하면서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가 부정행위로 취급될 수 있다.

4교시는 시험 순서도 정해졌다. 시험 시간은 총 1시간30분인데, 먼저 한국사를 30분간 풀고 답안지 마킹까지 마쳐야 한다. 감독관이 한국사 시험지를 걷어가면, 탐구영역에서 자신이 선택한 과목 2개를 푼다. 이때도 1선택을 먼저, 2선택을 나중에 풀어야 한다. 응시자가 임의로 과목 풀이 순서를 바꾸거나, 다른 과목 시험지를 들춰보면 부정행위로 간주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적발된 수능 부정행위 1100여건인데, 이중 절반에 가까운 490건이 4교시 응시 방법 위반이었다. 교사와 응시자들은 시험 막바지인 4교시에 집중력이 떨어진 수험생이 실수로 부정행위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치른 2019학년도 수능에서도 147명이 4교시 응시 방법 위반으로 전과목 0점 처리됐다.

지난 14일 수능에서 0점 처리당한 경남 창원의 최모양이 대표적이다. 최양은 4교시 과학탐구 시험 종료 직전에 답안지에 잘못 표기한 답을 발견하고 이를 수정하려다 실수로 한국사 답안에 손을 댔다.

답안지가 한장이라 순간적으로 헷갈렸던 최양은 실수를 인지한 즉시 손을 들어 감독관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감독관 지시에 따라 끝까지 시험을 치렀지만 결국 부정행위자로 분류돼 전과목 0점 처리됐다고 했다.

14일 치른 수능시험의 4교시 OMR 카드 모습. 한장의 답안지에 한국사와 탐구영역 답안을 정리해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14일 치른 수능시험의 4교시 OMR 카드 모습. 한장의 답안지에 한국사와 탐구영역 답안을 정리해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최양 사연이 알려지자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행정편의주의로 4교시의 복잡한 시험방식을 방치해 수험생들을 무고한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효근 하나고 교사는 "애초에 답안지를 과목별로 분리했으면 이런 안타까운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사립고 진학부장은 "어린 학생들이 이같은 단순 실수로 '부정행위자'로 분류돼 '0점 처리'를 받는 건 엄청난 충격일 것"이라면서 "교육부가 학생 입장을 고려해 4교시 시험 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 수능 4교시에 수험생들이 겪는 고충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수험생의 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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