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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장관 “지소미아 방치 안 돼” 양국 기자회견서 공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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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ㆍ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과 방위비 분담금 등을 한ㆍ미동맹의 틈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국이 현안을 해결하는 회의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15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1차  한ㆍ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다. 한ㆍ미 국방장관이 주관하는 SCM은 한ㆍ미동맹의 주요 군사 정책을 협의하고 조정하는 기구다.

에스퍼 "북한만 득 본다" 

국방부는 설명자료에서 “한ㆍ미동맹의 동맹현안을 심도 깊이 논의했고 발전 방향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SCM이 끝나고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소미아에 대해 “전시 상황을 생각할 때 한ㆍ미ㆍ일이 효과적으로 적시에 정보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소미아를 종료하도록 방치하면 (정보 공유의) 효과가 약해지기 때문에 (한ㆍ일) 양측이 이견을 좁힐 수 있도록 촉구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지소미아가 종료하거나 한ㆍ일 관계가 갈등ㆍ경색한다면 득을 보는 나라는 중국과 북한”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공통의 위협이나 도전에 (3국이) 대응할 수 있도록 다시 관계를 정상 궤도로 올리기 위한 노력해야만 할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정경두 "미국이 노력해 달라"  

이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소미아는 본 회의의 주제는 아니었다”면서도 “에스퍼 장관과 개인적인 의견 교환은 좀 있었다”고 시인했다. 그리고 “일본이 안보 상황 문제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며 수출규제를 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심사숙고 끝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렸다”면서 “에스퍼 장관과 미국이 일본에 대해 적극적인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미 측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을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본의 책임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개입을 요구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에스퍼 장관은 ‘정상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단 한국의 지소미아 복귀를 강조했다.

에스퍼 "한국 부유한 나라, 더 부담해야" 

에스퍼 장관은 또 “연말까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늘어난 상태로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SMA)를 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간) 한국행 전용기 안에서 “방위비 분담금의 상당한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SCM의 상대인 정 장관을 옆에 세워 두고 분담금 인상을 공개 언급했다.

에스퍼 장관은 “한국은 부유한(wealthy) 국가이며, (방위비를) 조금 더 부담할 수 있고(could), 조금 더 부담해야만 한다(should)”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지출한 방위비 분담금의 90%는 다시 한국으로 그대로 다시 들어오는 예산”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우방국, 동맹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한 수준으로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경두 "공평한 수준서 결정해야" 

앞서 정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방위비 분담금이 공평하고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해야 하며, 제10차 SMA 만료(다음달 31일) 이전에 타결해야 한다는 것에 양국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공평’과 ‘상호 동의’를 얘기하자, 에스퍼 장관이 ‘인상’으로 맞받아친 셈이다. 두 장관은 ‘올해 안 타결’이라는 원칙엔 합의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방위비 협상을 연내 타결하겠다는 발언은 원칙을 확인한 수준일 뿐 협상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합 공군훈련 재조정하기로 

이달 한ㆍ미 공군이 여는 연합훈련에 대해 양국은 재조정의 의사를 확인했다. 에스퍼 장관은 “외교적 문이 닫히지 않도록 지원한다”고 말했고, 정 장관은 “비핵화를 위해 최적의 결심을 할 것”이라고 했다. 에스퍼 장관이 기내에서 “연합훈련을 다소 조정할 것”이라고 말하자,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14일 심야에 “긍정적인 노력으로 평가한다”고 반응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연합훈련 계획이) 바뀐 것은 없지만, 미국 측과 계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지소미아에 대한 미국의 의견을 강하게 드러냈지만 한국은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모양새의 회의”라면서 “한ㆍ미의 간극이 크다는 점은 숨길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한ㆍ미는 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지난 8월 미래 연합군사령부의 기본운용능력(IOC) 검증 결과를 승인한 뒤 이를 토대로 2020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정 장관과 에스퍼 장관은 19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예정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6일 함께 한국을 떠난다.

美, 서울 와서 한·미·일 화상회의 주최

한편 박한기 합참의장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야마자키 코지 일본 통합막료장과 함께 화상회의를 열어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한 다자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엔 필립 데이비슨 미 인도·태평양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케빈 슈나이더 주일미군사령관이 참석했다. 동아시아를 책임지는 미군 지휘부가 총출동했다. 합참은 3국의 합참의장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상호 안보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다자협력을 넓혀 나가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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