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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진’ 표현 뺐지만…정부, “경제성장 제약” 8개월째 부정적 평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분기 한국 경제는 생산과 소비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가 이어지며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

15일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내고 한국경제 상황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사용했던 '경기 부진'이란 표현은 빠졌지만 사실상 부정적 평가다. 정부가 8개월 연속 한국 경제에 대해 좋지 않은 진단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고용만큼은 "취업자 증가 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등 회복세"라며 낙관적 판단을 내놨다. 정부가 매달 발간하는 그린북은 국내 경제 흐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공식적으로 보여준다.

수출 감소율.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수출 감소율.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수출·투자, 여전히 부정적 흐름

그린북에 따르면 최근 한국 경제는 수출ㆍ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10월 수출(잠정)은 전년 동월보다 14.7% 감소했다. 수출은 11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데다 감소 폭은 올해 최대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가 가팔라지는 모습이었다. 미ㆍ중 무역분쟁에 미국・중국・독일 등 주요국 경기 악화가 겹치며 중국과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각각 16.9%와 21.2% 감소한 것이 주된 이유다. 품목별로는 반도체(-32.1%)ㆍ석유제품(-26.2%)ㆍ석유화학(-22.6%) 수출이 크게 줄었다.

2020년까지 정부가 22조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건설분야 투자도 신통치 않았다. 3분기 건설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감소했다. 9월은 2.7% 감소했다. 건축허가 면적이 줄면서 건축·토목 실적이 감소해 앞으로도 건설업체 공사 실적(건설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분야에서도 건설업이 2.7% 하락을 주도하며 전(全)산업 생산이 전월보다 0.4% 줄었다.

소비자물가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65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0.4%)를 기록한 9월보다는 개선됐다. 그러나 지난달에도 0% 보합세를 보이며 저물가 기조를 이어갔다. 9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2.2% 감소했지만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3.3% 상승했다.

홍민석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지 않다거나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생각해 (‘부진’ 표현을) 바꾼 것은 아니다”며 “최근 우리 경제 모습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8개월 연속 사실상 ‘경기부진’ 판단…고용은 긍정 평가

취업자 증가·고용률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취업자 증가·고용률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가 8개월 연속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건 2017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종전 최장기록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한 2016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 4개월간이었다. 다만 올해 4~5월에는 ‘광공업 생산, 설비투자, 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 흐름이 그 대상이었지만 6∼10월호에서는 ‘수출과 투자’에 국한한 만큼, 부진 판단 범위는 다소 달랐다.

다만 정부는 고용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재부는 “10월 중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만9000명 증가했다”며 “15~64세 고용률은 67.3%로 같은 기간 0.5%포인트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재정 일자리를 늘리며 10월 실업률은 전년 동월보다 0.5%포인트 하락한 3%를 기록했다.

한편 소비자심리를 나타내는 10월 소비자동향지수(CSI) 기업 심리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모두 전달보다 올랐다. CSI는 98.6으로 전월 대비 1.7포인트 올랐고 BSI는 72로 전월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11월 전망치는 72로 1포인트 내렸다.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과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미래 경기 흐름에 대한 전망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포인트 올랐다.

정부는 재정집행을 가속해 투자·수출을 뒷받침한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했다. 기재부는 “올해 남은 기간 이·불용 최소화 등 재정집행과 정책금융, 무역금융 집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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