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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벌써 '승자의 저주'?···"아시아나 인수전 승자는 애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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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승자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다. 하지만 증권가의 관전평은 사뭇 다르다.

DB금융투자, "현산의 항공사 인수 이해 안돼" #SK증권 "애경의 인수 무산은 재무 악재 해소"

 인수전에서 승리한 현대산업개발에 대해서는 '승자의 저주' 우려가 크다고 봤고, 떨어진 제주항공(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으로 나서 고배를 마신 애경에는 "악재가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13일 HDC현대산업개발 관련해 증권사에서 내놓은 보고서는 총 4건이다. 현대산업개발의 향후 행보에 대해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의 지적은 가장 수위가 높았다. 조 연구원은 "항공사 인수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유보(Hold)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 주가도 전날 종가(3만1100원)보다 낮은 3만원을 제시했다. 조 연구원은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로 철저하게 현대산업개발의 주주 입장에서 분석했다. 조 연구원이 제시하는 부정적 전망의 근거는 총 6가지다.

 첫째, 현대산업개발의 매력은 1조6000억원대로 보유한 현금자산을 개발 사업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인데,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현금자산을 항공업에 '몰빵' 투자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면세점·호텔 사업과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룹 대부분의 이익을 차지하는 건설 분야에서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세번째는 그룹 주력인 건설업도 경기에 민감한데, 항공업도 경기에 꽤 민감하다는 우려다. 네번째로는 현대산업개발의 신주 발행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떨어지지만, 반대로 현대산업개발의 부채비율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다섯번째는 아시아나항공의 남아 있는 차입금 상환, 노후 항공기 교체 등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현재로서는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현대산업개발 주주의 가치를 제고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조 연구원은 "최종 인수까지 현대산업개발이 얼마나 돈을 써야하는 지, 그 돈은 어떻게 조달하는 지 변수가 많아 현재로서는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건설회사가 항공사를 인수해서 어떤 시너지를 낼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있고, 자회사로 가지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를 그대로 가져가는 게 현대산업개발가 생각하는 그림에 정확히 맞는 지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불확실성 해소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역시 보고서에서 "인수 후 추가 투자비용, 현대산업개발의 본업에 미치는 영향, 기존 사업부와의 시너지 효과 등을 투자자가 고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치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소 중립적은 의견을 내놨다. 그는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업의 입찰가격이 경쟁사 대비 월등히 높은 것이 알려진 이후에 인수와 관련된 우려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면서 "결국 항공업 본업의 회복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은 항공업이 국가가 보장하는 라이선스 사업이기 때문에 금호그룹만 단절되면 굉장히 좋은 회사가 될 것이라고 봤다"며 "일반 사람들이 보는 관점과는 다소 다르다"고 전했다.

 애경 측과 관련한 보고서는 제주항공을 분석한 SK증권의 보고서가 유일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인수 무산을 호재로 봤다.

 그는 "사실 애경이 제시한 가격은 재무 상태에 부담이 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인수 무산은 오히려 재무적 악재가 해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공정거래법상의 이유로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검토한다면, 애경이 인수 대금 과잉 논란에서 자유롭게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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