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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손떼도 앞차 뒤따르는 '자율주행' 트럭 선보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일 경기 여주 스마트하이웨이에서 군집주행에 시연에 성공한 현대차 대형트럭 2대. [사진 현대차]

12일 경기 여주 스마트하이웨이에서 군집주행에 시연에 성공한 현대차 대형트럭 2대. [사진 현대차]

12일 경기 여주 스마트하이웨이에서 40t급 대형트럭 2대가 시속 60km 속도로 줄지어 달렸다. 두 트럭 운전자는 운전대를 잡지 않고 가속페달에서도 발을 뗐다.

현대차, '군집주행' 기술 선보여

갑자기 두 트럭 사이에 다른 차량이 끼어들었다. 뒤 트럭이 끼어든 차량을 뒤에서 추돌할 상황이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는데도 뒤 트럭은 속도를 줄이면서 차량 간격을 기존 16m에서 25m까지 벌렸다.

12일 경기 여주 스마트하이웨이에서 현대차 대형트럭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뗀 채 군집주행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12일 경기 여주 스마트하이웨이에서 현대차 대형트럭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뗀 채 군집주행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이날 선보인 것은 상용차(트럭·버스) '군집주행(Platooning)'의 모습이다. 군집주행이란 2대 이상의 트럭이 하나의 대열로 자율주행하는 기술을 말한다. 트럭이 도로 위에서 마치 기차처럼 달리는 기술이다.

과정은 이렇다. 평소처럼 주행하던 두 트럭 가운데 뒤 트럭이 앞 트럭에 접근한다. 운전자가 군집주행 버튼을 누르면 트럭은 기능을 활성화한다. 제조사에 따라서 운전대에 '군집주행 표시등'이 들어오면서 속력, 차간거리 등을 보여준다.

트럭은 운전자가 설정한 차간거리를 유지하면서 앞차를 따라가게 된다. 현대차는 16.7m를 최소 차간거리로 설정했는데 만(MAN) 트럭은 15m가 최소 설정 범위다. 제동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군집주행에는 센서와 차량 간 통신(V2V) 기능이 적용됐다. 각 트럭은 카메라, 레이다 등 센서를 통해 도로의 전반적인 상황을 인지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이 정보를 다른 트럭과 공유한다.

다임러 트럭앤버스가 3대의 트럭을 '군집주행'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맨 앞 트럭의 전방 화면이 다른 트럭에도 그대로 전달된다. [사진 다임러 트럭앤버스]

다임러 트럭앤버스가 3대의 트럭을 '군집주행'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맨 앞 트럭의 전방 화면이 다른 트럭에도 그대로 전달된다. [사진 다임러 트럭앤버스]

뒤 트럭은 앞 트럭이 보낸 주행화면을 볼 수도 있고 앞 트럭의 급제동, 급가속 등을 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받는다. 뒤 트럭은 이에 따라 급제동·급가속·방향 전환 등을 알맞게 이행한다.

군집주행을 하면 좋은 점은 무엇일까.

앞 트럭이 공기저항을 막아주기 때문에 뒤차의 연비효율이 높아진다. 대형트럭이 시속 100km로 달리면 공기저항 때문에 소모되는 연료는 약 25%로 알려져 있다. 군집주행을 통하면 뒤 트럭은 7~10% 연비 하락을 막을 수 있다.

볼보는 2016년 트럭 3대가 군집주행으로 유럽대륙을 횡단하는 '유럽 트럭 플래투닝 챌린지'에 참가했다. [사진 볼보]

볼보는 2016년 트럭 3대가 군집주행으로 유럽대륙을 횡단하는 '유럽 트럭 플래투닝 챌린지'에 참가했다. [사진 볼보]

현대차가 개발 중인 수소전기 상용차와 결합할 경우, 군집주행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수소전기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장거리를 주행에도 운전자 피로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율주행 상용차에 수소전기 엔진이 결합하면 친환경적인 효과가 커질 것"이라며 "현재도 고속도로에서 트럭이 자율주행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큰 무리가 없는 수준으로 이번 시연은, 이를 빨리 상용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2019 북미 상용 전시회'에 전시한 수소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HDC-6 넵튠(Neptune)'. 상용차에 자율주행기능과 수소전기엔진이 장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가 '2019 북미 상용 전시회'에 전시한 수소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HDC-6 넵튠(Neptune)'. 상용차에 자율주행기능과 수소전기엔진이 장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 현대차]

해외는 트럭 군집주행에 일찌감치 나섰다. 2016년 유럽에서는 볼보트럭, 이베코 등 상용차 업체가 군집주행으로 유럽대륙을 횡단하는 '유럽 트럭 군집주행 챌린지'를 열었다. 미국은 프레이트라이너, 맥트럭 등 상용차 업체와 스타트업이 함께 군집주행 시범을 선보였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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