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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美 강력 요구에···한미 "역내 해상교통로 안전 보장"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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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구축함인 마이클 머피함(DDG 112ㆍ왼쪽)과 프랑스 해군 프리깃함인 방데미에르함이 지난해 태평양에서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당시 방데미에르함은 프랑스가 미국 주도의 '항행의 자유 작전'에 동참하기 위해 서태평양 지역으로 보낸 전투함이다.[사진 미 해군]

미 해군 구축함인 마이클 머피함(DDG 112ㆍ왼쪽)과 프랑스 해군 프리깃함인 방데미에르함이 지난해 태평양에서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당시 방데미에르함은 프랑스가 미국 주도의 '항행의 자유 작전'에 동참하기 위해 서태평양 지역으로 보낸 전투함이다.[사진 미 해군]

한ㆍ미 국방당국이 미국의 요청으로 “역내 해상교통로(SLOC)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긴 ‘미래 한ㆍ미동맹 국방 비전(미래 비전)’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비전은 15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리는 제51차 한ㆍ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미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된 뒤 공개될 예정이다. '해상교통로 안전'이 명시됨에 따라 향후 미국이 주도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FONOP)’이 한·미 간의 민감 현안으로 더욱 떠오르게 됐다. 해상교통로 안전은 또 50억 달러(약 5조 8000억원)에 달하는 미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와 맞물리며 미국이 한국을 향해 기여하라고 요구하는 분야가 될 전망이다.

미국 '항행의 작전'에 한국 참여 압박 예고편 #양국 국방당국서 마련한 공동 안보 선언서 #미국측 요구에 한국 주저했다가 결국 포함

12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미국 국방대(NDU) 산하 국가전략연구소(INSS)는 지난 1년간 공동 연구를 통해 미래 비전을 완성했다. 미래 비전은 지난해 제50차 SCM에서 한ㆍ미가 ‘한ㆍ미동맹에 기반한 방위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기 위한 공동의 비전’을 만들기로 합의한 뒤 추진됐다.

한 소식통은 “미국 측은 당초 인도ㆍ태평양전략을 미래 비전에 넣기를 원했지만 한국이 부담스러워하자 대신 역내 해상교통로를 강력하게 요구했다”며 “이 역시 동중국해ㆍ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맞서 미국이 벌이고 있는 항행의 자유 작전에 직접 참여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어 한국 측이 주저했다”고 귀띔했다. 역내 해상교통로는 한국이 중동산 원유를 수입할 때 수송로인 믈라카 해협을 포함한 아시아ㆍ태평양 해역을 뜻한다.

이에 따라 양국 국방부는 지난 9월 26~27일 서울에서 열린 제16차 한ㆍ미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미래 비전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한국 측이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접점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역내 해상교통로 안전 보장을 수용했다. 앞서 지난 2일 한ㆍ미 외교 당국은 ‘한국의 신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사이 협력’을 명시한 ‘공동 설명서’를 발표했다. 이어 조너선 호프만 국방부 대변인은 7일 기자회견에서 에스퍼 장관의 방한 계획을 발표하며 “남중국해 군사화와 약탈적인 중국의 경제 활동과 같은 공통 도전과제를 동맹국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알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은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에서도 역할을 할 것으로 주문해왔다”며 “역내 해상교통로 안전 보장은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역내 해상교통로 안전 보장을 놓곤 향후 이견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역내 해상교통로가 구체적으로 어딘지에 대해 한ㆍ미의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이 안전 보장에 어떻게, 얼마나 기여할지를 놓고도 정해지지 않았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한국은 개방성ㆍ포용성ㆍ투명성과 같은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의 가치에 공감한 것이지,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의도는 없어 보인다”며 “조만간 한ㆍ미간 역내 해상교통로 안전 보장의 해석을 놓고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ㆍ미는 이와 함께 미래 비전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북한 비핵화)가 진전하고 북한의 위협이 감소하더라도,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한다”는 취지를 담는 데 동의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으로 한국 내에서 주한미군 감축·철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철수와 같은 중대 결정은 양국간 문서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좌우되는 만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ㆍ미동맹의 영역을 군사ㆍ안보에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로 확대하는 ‘한ㆍ미동맹 미래비전’을 채택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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