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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폴리' 좋아한다면 주말엔 '경찰역사 순례길'

중앙일보

입력

서울 경찰역사 순례길 첫 번째 코스는 국립현충원이다. 독립운동가 출신 등 경찰관의 영령이 안치돼 있다. [사진 국립현충원]

서울 경찰역사 순례길 첫 번째 코스는 국립현충원이다. 독립운동가 출신 등 경찰관의 영령이 안치돼 있다. [사진 국립현충원]

‘경찰역사 순례길’이 새로 단장한다. 경찰청은 그동안 서울·부산 등 지방경찰청별로 운영했던 121곳의 내 고장 경찰역사 순례길을 41곳으로 추렸다. 선정은 참된 경찰 정신을 대표하거나 생각해볼 수 있는 곳 중에서 가족 단위로 찾을 수 있도록 교통 접근성까지 고려해 이뤄졌다.

지방청별 운영 121곳에서 41곳으로 추려 #이달 내 순례길에 '스탬프 투어' 도입도

탐방 재미를 더하려 스탬프 투어도 도입했다. 이달 안에 역사 순례길에 도장과 패스포트 등을 갖춰 둘 계획이다. 패스포트에는 유적지 설명, 주변 교통정보 등 내용이 담겼다. 주말을 맞아 서울지역 경찰역사 순례길을 소개한다.

국립현충원내 경찰충혼탑은 탑신을 기준으로 두팔을 벌린 형태다. 3인상은 믿음, 도의, 용기를 상징한다. [사진 경찰청]

국립현충원내 경찰충혼탑은 탑신을 기준으로 두팔을 벌린 형태다. 3인상은 믿음, 도의, 용기를 상징한다. [사진 경찰청]

① 국립서울현충원
서울 동작구 동작동에 위치한 국립서울현충원이 경찰역사 순례길 첫 번째 코스다. 일반인에게 국군묘지로 알려져 있지만, 국립묘지로 승격한 1965년부터 경찰관도 안장돼 있다. 민족 암흑기 시절 독립운동을 했거나 한국전쟁에 참전해 피 흘렸던 경찰관 등의 영령 3808위가 안장돼 있다. 일본강점기 ‘순사’가 현대사회 경찰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지만, 민족과 나라를 위해 헌신한 경찰도 동시대에 있었다.

현충원 안에는 이들 영령을 기리는 높이 13m의 경찰충혼탑이 세워져 있다. 탑은 탑신을 기준으로 두 팔을 양쪽으로 벌린 듯한 모습이다. 중간중간 보이는 3인상은 각각 믿음·도의·용기를 상징한다. 이은상 선생의 헌시도 새겨져 있다. 현충원은 지하철 4·9호선 동작역 8번 출구로 나오면 접근이 쉽다. 현재 현충원 곳곳은 울긋불긋 단풍이 수를 놓았다.

백범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현 경찰청장)을 역임했다. 사진은 용산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 모습. [사진 경찰청]

백범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현 경찰청장)을 역임했다. 사진은 용산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 모습. [사진 경찰청]

② 백범김구기념관
백범김구기념관은 서울 용산 효창공원 내 자리하고 있다. 현충원과 도보 길로 6.3㎞ 정도 떨어졌다. 걷는 게 무리면 대중교통 이용을 권한다. 지하철 6선 효창공원 역 1번 출구에서 지척이다. 독립운동가였던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지금의 경찰청장)을 지냈던 역사 인물이다.

김구 선생은 1947년 『민주경찰』지 창간호 축사에 “매사에 자주독립의 정신과 애국 안민의 척도로 일하라”고 당부했다. 경찰 정신의 뿌리다. 이에 경찰 역사에서는 1호 민주 경찰로 김구 선생을 평가한다. 기념관 주변은 아이들이 맘껏 뛰놀기 좋은 효창공원이다.

경찰역사 순례길 서울 구간. [사진 경찰청]

경찰역사 순례길 서울 구간. [사진 경찰청]

지난해말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 경찰청 인권센터로 이관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현재는 민주인권기념이다. [중앙포토]

지난해말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 경찰청 인권센터로 이관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현재는 민주인권기념이다. [중앙포토]

③ 민주인권기념관
경찰역사 순례길에는 경찰의 어두운 과오를 진지하게 성찰, 이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백범기념관에서 지하철 1호선 남영역 쪽으로 1.6㎞ 정도 이동하면 민주인권기념관에 다다른다. 무채색 벽돌 건물. 고문과 가혹 행위가 자행됐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로 악명 높던 곳이었다. 지난해 말 기념관으로 재탄생했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졌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 조사실 모습. 현재는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재탄생했다. [사진 경찰청]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졌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 조사실 모습. 현재는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재탄생했다. [사진 경찰청]

존재를 숨기려 해양연구소 위장 간판을 달았던 대공분실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실체가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고문으로 인한 그의 사인을 “책상을 탁하고 치니 (갑자기 놀라) ‘억’ 하고 죽었다”며 은폐하려 했었다. 결국 진실은 드러났고 그해 6월 민주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박종철 열사가 몹쓸 고초를 겪었던 조사실이 보존돼 있다. 물고문이 이뤄진 욕조가 눈에서 잊히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수탈기관인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투척한 나석주 의사. 동상이 주먹을 불끈쥐고 있다. [사진 경찰청]

일제강점기 수탈기관인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투척한 나석주 의사. 동상이 주먹을 불끈쥐고 있다. [사진 경찰청]

④ 나석주 의거터 등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5번 출구 인근에는 나석주(1892~1926) 의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임시정부 경찰이었던 나석주는 일제 수탈기관인 동양척식회사에 폭탄을 투척하는데 현재 동상이 세워진 장소에서의 의거다. 그는 유언으로 “나는 조국의 자유를 위해 투쟁했다. 2000만 민중아, 분투해 쉬지 말라”고 외쳤다고 한다.

경찰 순례길은 1968년 무장공비 소탕 작전 과정서 순직한 최규식 종로서장 동상·정종수 경사 흉상(종로구 자하문고개 소재), 1960년 경찰이 쏜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숨진 김주열 열사 사건이 도화선 된 4·19혁명 기념관(강북구 수유동), 경찰역사와 경찰유물, 장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경찰박물관(종로구 신문로)으로 이어진다. 서울 구간 역사 순례길 마지막 장소는 전사・순직 경찰관을 추모하는 조형물이 세워진 경찰기념공원(중구 의주로)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립 4.19 묘지에서 열린 '4.19혁명 제59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립 4.19 묘지에서 열린 '4.19혁명 제59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뉴스1]

두 자녀의 아빠인 안정희(41·서울 화곡동)씨는 “경찰차에서 경찰관 로봇으로 변신하는 만화(로보카 폴리)로 아이들이 경찰을 선망한다”며 “다는 둘러보지 못하겠지만 순례길 일부 구간이라도 가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역사 순례길에는 경찰의 희생뿐 아니라 성찰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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