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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판 바뀐다" 트럼프보다 자산 많은 블룸버그 등판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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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뉴욕의 한 행사장에 등장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 가능성이 크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 뉴욕의 한 행사장에 등장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 가능성이 크다. [AP=연합뉴스]

미국 대선에 새로운 강력 변수가 등장했다.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장고 끝에 출마로 가닥을 잡으면서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전 시장이 출마를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고 복수의 측근을 인터뷰해 보도했다. “대선 판을 뒤흔들(seismic) 변수”(NYT), “미국 대선의 판이 바뀔 것(reshape)”(WP)이란 평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포브스(Forbes)지에 따르면 그가 보유한 순 자산은 530억 달러(약 61조3100억원)이며, 올해 기준 미국에서 9번째, 세계에서 14번째로 부자다. 한국 1위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 168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해 세계 65위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포브스 지 기준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약 8배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경제ㆍ금융 전문으로 시작한 블룸버그 통신의 창립자로, 뉴욕 시장을 3선하며 대선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키웠다.

2016년 대선에서도 블룸버그는 출마를 고려했으나 초반에 뜻을 접었다. 그는 당시 블룸버그에 “자료를 분석해보니 내게 승산이 없는 게 확실하다”며 대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에 대한 전례 없는 위협”이라며 공공연히 비판해왔다. 블룸버그의 측근인 하워드 울프슨은 NYT와 WP에 그의 출마 결심과 관련, “트럼프의 재선을 반드시 막아야 하는데, 최근 민주당 경선 판도를 보면서 블룸버그 전 시장의 걱정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뉴욕을 방문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왼쪽에서 두번째) 당시 뉴욕시장. [중앙포토]

뉴욕을 방문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왼쪽에서 두번째) 당시 뉴욕시장. [중앙포토]

블룸버그의 폭발력이 강한 것은 그의 중도적 성향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민주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중도에 민주당을 탈당, 공화당으로 갈아탔다. 그러다 다시 공화당을 탈당해 마지막 뉴욕 시장은 무소속으로 당선했다. 공고한 양당체제인 미국에선 이례적 존재다. 사업가로서 친기업적인 성향은 공화당과 가깝지만 낙태 권리 및 총기 규제 찬성하는 것은 민주당의 가치에 부합한다. 이번 대선에선 민주당 경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NYTㆍWP는 보도했다.

현재 민주당 경선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선두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삼각 구도로 짜여져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정국 속에서 아들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ㆍ중국 당국과의 유착 관계라는 의혹이 불거지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워런 의원과 샌더스 의원은 급진적 분배 중심 정책으로 민주당의 이념 스펙트럼보다 지나치게 좌측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블룸버그 전 시장이 나선다면 민주당의 중도 지지층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블룸버그가 오랜 기간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만큼, 민주당의 반(反) 트럼프 결집력도 탄탄해질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현재 미국 민주당 경선을 이끌고 있는 3인. 왼쪽부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AFP=연합뉴스]

현재 미국 민주당 경선을 이끌고 있는 3인. 왼쪽부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AFP=연합뉴스]

블룸버그의 가장 큰 적은 현재 시간이다. 그의 결심이 늦어지면서 민주당 경선후보들의 텔레비전 방송 토론에 등판할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 TV토론이 미국 대선에서 갖고 있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블룸버그로서는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의 측근 울프슨은 NYT에 “마이크(블룸버그의 이름)는 민주당에 새로운 선택지를 줄 수 있는 후보”라며 “맨손으로 사업을 일으킨뒤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뉴욕)의 시정을 경험하고 (기부 등) 박애주의를 실천해온 그야말로 대통령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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