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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는 이유가 "예뻐져서"…악플 시달리는 日미녀 스키선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의 유명 스키점프 선수 다카나시 사라 [인스타그램]

일본의 유명 스키점프 선수 다카나시 사라 [인스타그램]

일본의 유명 스키점프 선수 다카나시 사라 [인스타그램]

일본의 유명 스키점프 선수 다카나시 사라 [인스타그램]

일본의 미녀 스포츠스타로 꼽히는 스키점프 선수 다카나시 사라(23)가 외모와 관련해 인터넷 비방에 시달리고 있다고 인터넷매체 '웨지'가 보도했다.
다카나시 선수는 15세 때 일본 여자선수로는 처음으로 스키 월드컵대회에서 우승하며 인기인 반열에 올랐다.
일본 언론은 그를 '천재 소녀'로 부르며 추켜세웠다. 인기에는 귀엽고 청순한 외모도 큰 몫을 했다. 한때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자신의 건재를 과시했다.
국민적 사랑을 받던 그가 인터넷 상에서 비방의 대상이 된 건, 20세 전후로 화장을 하면서부터다.
성인이 된 여자선수가 화장을 하는 등 여성미를 부각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예뻐지는 게 너답지 않아 거부감이 든다'는 논리다.

일본의 유명 스키점프 선수 다카나시 사라 [인스타그램]

일본의 유명 스키점프 선수 다카나시 사라 [인스타그램]

다카나시 선수는 최근 삿포로에서 열린 노르딕 스키점프 전일본 선수권대회에서 대회 3연패를 했지만, 포털사이트 관련기사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쇄도했다.
'운동선수 특유의 상쾌한 매력이 사라졌다' '운동선수의 외모가 아니다' '다른 사람 같다' '내가 좋아했던 사라짱이 아니다' 등 경기 성적과 관련없는, '달라진' 외모를 지적하는 악플들이다.
다른 인터넷 게시판에도 '성형을 너무 심하게 했다' 등 외모를 지적하는 댓글이 속출하는 등 다카나시 선수에 대한 인터넷 비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카나시에 대한 인터넷 비방은 지난해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유명인의 고십을 주로 다루는 한 주간지가 "다카나시 선수가 2000만엔(약 2억1200만원) 상당의 벤츠를 타고 다닌다"고 보도하자, '너무 우쭐대는 거 아냐?' '벤츠는 단신의 키에 맞지 않는데?' '놀지 말고 연습이나 해' 등 반감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가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좋아하는 남성 타입에 대해 "신장 173㎝ 이상의 남자"라고 답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자신에게 쏠린 외모 관련 비판을 의식한 듯, 다카나시는 방송 인터뷰에서 "20세 전후로 단정한 몸가짐을 갖춘다는 의미에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지만, 인터넷상의 다카나시 때리기는 멈추질 않았다.

일본의 유명 탁구선수 이시카와 가스미 [인스타그램]

일본의 유명 탁구선수 이시카와 가스미 [인스타그램]

심지어 한 인터넷 매체는 지난해 3월 여자탁구 국가대표 이시카와 가스미(26)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우승하자, "소박한 순정소녀 같은 얼굴이 이시카와 선수의 매력이다. 팬들은 그가 다카나시 사라처럼 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이시카와 선수가 예뻐지면 예뻐질수록 팬들은 우울해진다"는 '궤변'을 펼치기도 했다.
국민적 인기를 누렸던 피겨스케이트 선수 아사다 마오(29) 또한 인터넷 비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7년 은퇴한 그가 지난해 4월 진하게 화장한 얼굴과 쇄골이 드러난 드레스 차림으로 남성지 표지 모델로 나서자, 인터넷에서는 '이런 모습은 마오짱이 아니야' '소박한 모습의 마오짱이 좋았는데' 등의 탄식과 비판이 들끓었다.

지난해 일본 남성지 표지모델로 나선 아사다 마오(왼쪽)

지난해 일본 남성지 표지모델로 나선 아사다 마오(왼쪽)

매체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여성 스포츠스타들이 경기 결과가 아닌, 외면적 요소로 평가받고 때로는 인터넷 비방에 시달리는 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성 선수들은 순박한 이미지를 갖도록 강요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사다 마오처럼 은퇴한 뒤에도 '순박한 마오짱' 이미지를 지키도록 강요받는 건 속박이나 마찬가지"라며 "여성 선수들은 관중의 장난감이 아니다. 그들의 노력과 공적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존경하는 게 그렇게 불가능한 일인가"라고 덧붙였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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