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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합격했다더니…이틀만에 수십명 탈락시킨 서강대 실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내년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지원했던 A씨는 지난 1일 1차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오는 9일 2차 전형인 면접고사를 보러 갈 참이었다. 그런데 이틀 뒤, 로스쿨 측으로부터 1차 합격자를 정정한다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홈페이지를 통해 다시 합격자 조회를 해본 결과는 탈락이었다. 눈앞이 아찔해진 A씨는 자신이 왜 합격에서 탈락으로 바뀐 건지 구체적인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로스쿨 측은 ‘지원자의 개인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강대학교. [사진 서강대]

서강대학교. [사진 서강대]

"엑셀 입력 잘못해 합격자 뒤바뀌어…조작 아냐"

최근 서강대 로스쿨 입시에서 1차 합격자가 무더기로 뒤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A씨처럼 1차 전형에서 합격에서 탈락으로 정정 통보를 받은 사람은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4일 서강대 측은 ‘담당자의 단순 실수’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강대 관계자는 “지원자들의 성적을 엑셀에 입력한 뒤 산술식으로 계산해 합격자를 선발했는데, 이 과정에서 담당자가 입력을 잘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조작이나 왜곡 흔적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이는 1차 합격 발표 직후 한 지원자가 합격자 발표에 이의를 제기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서강대 로스쿨은 2020학년도 로스쿨 입학전형을 진행 중이다. 가군 입학전형은 1단계에서 ‘법학적성시험(LEETㆍ리트)’ 30%와 대학 성적 20% 등을 반영해 1차 합격자를 추려낸 뒤,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가군 전형의 모집인원은 20명(특별전형 2명 포함)으로, 총 209명(특별전형 지원자 19명 포함)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약 10대 1이었다.

'깜깜이 입시' …"합격자 오류 나도 알 수 없어"

서강대는 지원자들의 성적을 다시 검토해 합격자 명단을 수정하고, 정정 공지를 지원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발송했다.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달 6일까지 입시공정관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까지 공정성 이의제기가 들어온 게 있느냐는 질문에 서강대 관계자는 ”파악 중이다“고 밝혔다.

전날 김상수 로스쿨 원장 명의의 사과문도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김 원장은 사과문에서 “입시 관리에 있어 오류가 생긴 점에 대해 매우 엄중하고 무겁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피해를 받은 수험생 및 학부모님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강대는 갑자기 합격이 취소된 지원자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개인의 점수 역시 여전히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로스쿨들도 사법시험과 달리 지원자 개인 점수를 비공개하고 있어 이번처럼 합격자 오류가 있어도 외부에서 발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합격자 결정은 대학에 자율권이 있어서 학교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기본”이라며 “입시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게 드러나면 교육부가 감사에 들어가거나 대학에 징계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스쿨 지원자 점수 비공개 때문에 로스쿨에 대한 입시 불신 현상이 사회 전반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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