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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돌 손에 쥔 권상우, 액션 갈증 맘껏 풀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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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에서 권상우가 연기한 주인공 귀수.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에서 권상우가 연기한 주인공 귀수.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지금도 어떤 배우보다 액션을 잘할 수 있어요. 누구보다 빨리 뛰고 더 점프할 에너지가 있는데 그런 작품을 못 만난 아쉬움이 있었죠. 이번 영화는 바로 그런 때 찾아온 기회였습니다.”

7일 개봉 ‘신의 한 수: 귀수편’ 주연 #내기 바둑과 격투로 복수극 펼쳐

7일 개봉하는 새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감독 리건)에서 오랜만에 액션에 나선 배우 권상우(43)의 말이다. 그를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는 5년 전 바둑과 액션을 결합해 356만 관객을 동원한 ‘신의 한 수’에서 스치듯 등장한 ‘귀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스핀오프 속편. 전작의 15년 전 이야기를 다뤘다. 어릴 적 바둑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귀수(권상우)가 스승 허일도(김성균)가 물려준 내기 바둑을 통해 피의 복수극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귀수는 ‘귀신의 수’를 쓴다고 해서 붙은 이름. 1편에선 주인공 태석(정우성)이 교도소 독방에서 벽을 사이에 두고 바둑을 둬 단 한 판도 못 이긴 인물로 나왔다. 이번 영화엔 그가 어떻게 머릿속에 바둑돌 위치를 외며 두는 ‘맹기 바둑’ 고수가 됐는지도 밝혀진다.

권상우는 캐스팅되고 1편을 일부러 다시 보지 않았다. 선배 정우성에 이어 주연을 맡은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준비할 땐 부담보다 신이 났다”면서 “전작과 전혀 다른, 새로운 톤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설렘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귀수 역을 위해 3개월간 6㎏ 이상 감량했다고 했다. 운동은 꾸준히 해왔지만, 체중조절은 데뷔 이래 처음. “귀수를 준비할 때 맨 처음 접한 이미지가 폐산사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서 바둑 두는 모습이었어요. 오랜 연마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다이어트가 필요했죠. 폐산사 장면은 촬영 전날부터 물도 안 마셨어요.” 오랜만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기회여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 판의 바둑이 인간의 삶 같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한 리건 감독이 내세운 주제다. 텅 비어있던 바둑판 위에 집을 짓고 길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일이 곧 귀수의 삶이다. 이기려고 기를 쓰면 오히려 진다. 여기에 거친 액션이 더한다. 무심한 얼굴로 일당백 악을 처단하는 권상우의 모습에선 무림고수들의 학교를 평정했던 ‘화산고’(2001), 이소룡처럼 쌍절곤을 휘둘렀던 ‘말죽거리 잔혹사’(2004) 등 초기작 속 모습도 떠오른다. 최근에는 드라마 ‘추리의 여왕’, 영화 ‘탐정’ 시리즈 등 주로 코믹하고 친근한 캐릭터로 사랑받은 그는 “유쾌한 모습도 좋지만 (이번 영화에선) 또 다른 권상우를 보여주기 위해 고심했다”고 거듭 말했다.

이번 영화엔 김선호 바둑기사가 전편에 이어 자문에 참여했다. “속기바둑·일색바둑·사석바둑…. 바둑의 여러 형태가 나오죠. 프로 기사님이 항상 현장에 오셔서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셨어요. 한 번 촬영에 열 몇 수까지 외워서 둬야 하는데 잘못 두면 안 되거든요. 바둑판에서 눈을 뗄 수 없었죠.” 권상우의 말이다.

극 중 마음에 드는 액션 장면으론 귀수가 (스승의 원수에게) 처음 정체를 드러내는 골목길 장면을 꼽았다. “홍기준 배우와 (대결하는) 그 합이 영화를 이끄는 첫 단추인 것 같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황사범(정인겸)과의 대국이었다고. “귀수가 힘들어하는 게 표현돼야 했는데, 촬영 즈음 심한 독감에 걸려서 숙소에서 못 일어났어요. 아침에 병원 가서 링거 주사 맞고 며칠간 오한에 시달렸는데, 그때 감정 상태와 몸 컨디션이 잘 맞아떨어졌죠.”

그의 차기작은 코믹 액션 영화 ‘히트맨’. 웹툰작가에 도전한 전직 특수요원 역으로, 독립·단편 코미디에 주력해온 신인 최원섭 감독과 함께한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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