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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익은 산업혁명이 경제 공황 부른 까닭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59호 20면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
김명자 지음
까치

김명자 전 장관 두툼한 저서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본 근·현대 세계사다. 김대중 정부 당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원로과학자인 김명자(75)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썼다. 600쪽 가까운 두꺼운 책이지만,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 책 중간중간 영화와 다큐멘터리·명저 등을 통해 세계사와 산업혁명의 풀이를 하고 있는 점도 또 다른 재미다. BBC의 역사 다큐를 얘기하다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논하고,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문명의 붕괴』를 풀어낸다.

저자는 네 번의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설명한다. 산업혁명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시작으로, 인류 문명의 역사 속에서 일어난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지구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한다. 또 최근 전 세계에 몰아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무엇이며, 다시 한번 소용돌이치고 있는 변화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근대사에서 산업혁명에 앞장선 국가가 세계사의 주역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의 개방과 혁신은 불가결의 요소였다 ▶혁신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분야가 바로 과학기술이고 과학기술 혁신이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되었다 ▶산업혁명기에는 그 차수가 높아질수록 국가 간이나 개인 간의 빈부 격차가 벌어져서 이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 국제적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심화된다 ▶날이 갈수록 융합에 의한 혁신이 대세를 이루며 상시적인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과 다른 분야 사이의 융합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저자는 왜 이 책을 썼어야 했을까. 4장 ‘20세기 양차 세계대전과 경제공황’에 직접적인 동기를 밝혀 놓았다. 과거 2차 산업혁명의 절정기에 갑작스레 세계적인 경제 대공황이 닥친 원인이 궁금했다는 것이다. 그 시대의 인물과 사건 분석을 통해 하나씩 그 원인을 찾아간다. 2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준 물질적 풍요와 빚을 내서라도 그 풍요를 누릴 수 있게 해준 금융 시스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조율해준다고 믿었던 그 시대의 신자유주의 풍토가 어우러져 거품이 꺼지듯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진단한다. 책의 종착점은 우리 주변에 와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이다. 저자는 마지막 6장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에서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전망을 내놓는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로봇·블록체인·가상현실 등을 중심으로 기술과 산업 영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융합 현상, 그로 인한 사회의 급격한 변화가 우리를 4차 산업혁명의 복판에 데려다 놓았다고 분석했다.

책은 마치 세상사 관심 많은 할머니가 손자·손녀를 무릎에 앉히고 자상하게 이야기하듯 세계사와 산업혁명의 흐름을 설명한다. 저자는 화학이 전문 분야지만 과학사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강의를 해왔다. 장관과 국회의원·과학기술단체장 등을 지냈다. 축적한 융합적 사고와 역사적 통찰력을 책에 담았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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