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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떨던 떠돌이 진돗개…면사무소 마스코트 '곶감이' 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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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운주면사무소의 마스코트가 된 떠돌이 진돗개 '곶감이'. [사진 운주면사무소]

전북 완주군 운주면사무소의 마스코트가 된 떠돌이 진돗개 '곶감이'. [사진 운주면사무소]

전북 완주군 운주면사무소 마당에는 흰색 암컷 진돗개 '곶감이'가 살고 있다. 태어난 지 7개월가량 된 곶감이는 몇 달 전부터 가끔 면사무소에 나타나던 떠돌이 개였다. 그때마다 직원들은 곶감이에게 음식을 챙겨 주며 인연을 맺었다.

완주군 운주면사무소, 생후 7개월 유기견 입양 #태풍 '링링' 덮친 밤 비상근무 직원들이 발견 #특산품 곶감에서 이름 따…"명견 되라는 의미"

한동안 보이지 않던 곶감이는 제13호 태풍 '링링'이 덮치면서 면사무소 직원 모두가 비상근무를 서던 지난 9월 8일 밤 면사무소를 다시 찾아왔다. 거세게 몰아치던 비바람을 맞으며 나타난 곶감이는 굶주림과 추위에 지친 상태였다.

이를 측은히 여긴 직원들은 곶감이를 면사무소에서 직접 키우기로 의견을 모았다. '곶감이'란 이름은 운주면의 대표 특산품인 곶감에서 따왔다. 완주에서도 운주·동상·경천면이 곶감으로 유명하다.

전북 완주군 운주면사무소의 마스코트가 된 떠돌이 진돗개 '곶감이'. [사진 운주면사무소]

전북 완주군 운주면사무소의 마스코트가 된 떠돌이 진돗개 '곶감이'. [사진 운주면사무소]
전북 완주군 운주면사무소의 마스코트가 된 떠돌이 진돗개 '곶감이'. [사진 운주면사무소]

주민 2100여 명이 사는 운주면에서 곶감 농가는 260곳에 달한다. 임택빈(58) 운주면 부면장은 “운주는 감나무 외에 다른 작물을 보기 힘들 정도로 곶감의 주산지”라며 “요즘은 주민들이 감을 따서 건조하는 시기인데 곶감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명견(名犬)이 되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면사무소 직원 14명은 새 식구가 된 곶감이를 정성껏 보살피고 있다. 추울까 봐 개집 안에 담요를 깔아 주고 사료와 물이 끊기지 않도록 직원들이 돌아가며 아침·점심·저녁으로 챙겨 주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오랫동안 거리를 쏘다녀 빼빼 말랐던 곶감이는 한 달여 만에 살도 통통하게 찌고 부쩍 건강해졌다.

임택빈  부면장은 “곶감이가 직원들을 보면 좋아서 꼬리를 흔들지만 낯선 사람이나 다른 개, 고라니 등이 나타나면 크게 짖는다”고 했다. 주민들도 면사무소를 지키는 진돗개에 애정을 보이면서 곶감이는 어느새 운주면사무소의 마스코트가 됐다.

전북 완주군 운주면사무소 직원들이 지난 9월부터 면사무소 마당에서 키우고 있는 진돗개 '곶감이'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 완주군]

전북 완주군 운주면사무소 직원들이 지난 9월부터 면사무소 마당에서 키우고 있는 진돗개 '곶감이'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 완주군]

강원양(58) 운주면장은 "면사무소에서 개를 키운다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그러나 생명을 쉽게 포기하는 요즘 시대에 '곶감이'라도 책임 있는 돌봄을 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입양했다"고 말했다.

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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